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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Jun 13. 2024

바람이 데려온 여름 바다 냄새

따뜻하게 스미는 행복을 기록한 그림에세이. Zip



@nanamee_studio





부산에서 나고 자라 20살부터는 바닷가 근처 학교를 다녔다. 지금도 바다가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 지역의 분위기가 냄새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요즘은 파란 하늘, 선선한 바람, 미지근하게 후끈한 태양 빛을 만나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고, 밤공기도 들뜨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공기에서 소금 섞인 바다 냄새가 올라온다. 밤에는 바람이 데려온 바다 냄새의 농도가 더 진해진다. 그럴 때면 내 마음에도 바닷가에 비친 색색의 불빛들이 잔잔한 파도에 일렁이는 것처럼 놀고 싶은 바람이 한술 더 떠 일렁인다.


밤에 기분이 들뜨는 여름의 초입이 시작된다. 즐거움이 들썩들썩하는 밤, 짠 바다 냄새, 시원한 맥주 그리고 첫 한 모금의 기분이 그리운 날들이 늘어난다. 여름쯤이면 시작되는 밤 산책에서 아이와 즐거운 술래잡기, 숨바꼭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꼭 의무처럼 해낸다. 아이의 체력을 바닥나게 만들어, 얼른 재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여곡절 끝에 놀이가 끝나면, 땀으로 범벅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씻기고, 달래고, 잘 재운다.


 오늘 하루 잘 보냈다는 고마움의 의미로 나와 남편에게 맥주 한 캔씩을 선물한다. 시원한 첫 맥주의 한 모금이 하루를 개운하게 씻어준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짧은 시간이 마냥 좋다. 즐거운 여름의 시작을 바란다. 올여름도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몰래 되뇌어본다.

(말로 해버리면 뻔한 말이라고 한 소리 투덜대는 남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이다.)


모두의 여름이 평온하기를 바라며.

namee(@nanamee_studio) •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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