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스미는 행복을 기록한 그림에세이. Zip
부산에서 나고 자라 20살부터는 바닷가 근처 학교를 다녔다. 지금도 바다가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 지역의 분위기가 냄새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밤에 기분이 들뜨는 여름의 초입이 시작된다. 즐거움이 들썩들썩하는 밤, 짠 바다 냄새, 시원한 맥주 그리고 첫 한 모금의 기분이 그리운 날들이 늘어난다. 여름쯤이면 시작되는 밤 산책에서 아이와 즐거운 술래잡기, 숨바꼭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꼭 의무처럼 해낸다. 아이의 체력을 바닥나게 만들어, 얼른 재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여곡절 끝에 놀이가 끝나면, 땀으로 범벅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씻기고, 달래고, 잘 재운다.
오늘 하루 잘 보냈다는 고마움의 의미로 나와 남편에게 맥주 한 캔씩을 선물한다. 시원한 첫 맥주의 한 모금이 하루를 개운하게 씻어준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짧은 시간이 마냥 좋다. 즐거운 여름의 시작을 바란다. 올여름도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몰래 되뇌어본다.
(말로 해버리면 뻔한 말이라고 한 소리 투덜대는 남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이다.)
모두의 여름이 평온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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