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행복 기록 그림 .zip
올해도 여름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엄마는 검은 봉지에 한가득 든 살구를 사서 오셨다.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살구를 응시하고 있으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개살구와 살구는 겉은 별로 차이가 없는데, 맛이 없어서 때깔만 좋은 개살구가 되었다. 살구를 한입 베어 물어, 녹아내리는 과육을 천천히 맛보았다. 나는 이제 개살구인가 살구인가 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이 튀어 올랐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의 괴리감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누구보다 잘 살아가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가끔은 꾸며낸 모습에 누군가 부러워하고 좋아하면 만족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의문이 고개를 쳐들었다. 피로하고 의미 없이 반복되는 행위 같았다.
그즈음부터 외부로 굴러가는 나의 무게 중심을 내면에 끌어오려 노력했다. 나를 애인처럼 사랑하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하나씩 바꿔나갔다. 자신을 5점 만점 평점과 한 줄 리뷰같이 판단하고, 무리하게 조작하는 것을 멈췄다. 애정이 어린 타인을 대하듯 대했다. 무엇을 말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줬다. 안부의 말로 기분을 달래었다. 다정한 말로 슬픔을 위로하고, 필요한 것으로 부족함을 채워갔다. 살뜰하고 관대한 시선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 때로는 시들고, 상처 날 때도 있지만 보듬었다. 무게 중심이 내면에 오래 머물수록, 쉽게 흔들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관조하고, 행동하는 일이 늘어났다. 길도 쉽게 잃지 않았다. 소중한 기억을 기록한 사진첩을 보고 미소 짓듯,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에 애정이 깃들었다.
인제야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옹골찬 살구로 무르익는다. 입안에서 달콤하면서도 새큼한 맛과 향이 가득 퍼진다. 한쪽 눈이 절로 찡그려지지만, 입술의 끝은 둥근 호선을 그리며 미소 짓는다.
모두의 여름이 평온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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