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미 Jul 16. 2024

삶을 지탱하게 하는 건 내 옆의 소곤소곤 속삭임

일상의 따뜻한 순간들

@nanamee_studio. 예상치 못한 인기에 쑥스럽고 벅차오르던 순간

약속처럼 현실과 사회가 정해놓은 좋다는 기준에 각도기 재보듯 내가 가진 것들의 수치를 맞추어봤다.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보송보송 내가 가꿔온 삶을 스스로 별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조바심으로 흘려보낸 시간과 행동이 아쉽고 서글펐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하지 못한 일, 공부, 여행, 친구 관계, 연애와 같은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주를 이룬다. 애써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nanamee_studio. 두근거리며 수줍게 잡았던 두 손


지금까지 나를 살아가게 하는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은 기쁠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설렐 때 함께 희로애락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었던 내 옆의 경험이었다.


온기 있고, 사랑스러운 그런 것들 말이다.

두근거리며 수줍게 잡았던 두 손. 복숭아처럼 익는 부끄러운 얼굴로 데이트 신청을 하던 친구, 조금만 닿아도 발갛게 익어가던 귀. 예상치 못한 인기에 쑥스럽고 벅차오르던 순간, 좋아하던 일에 열정을 다하던 그 즐거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포만감, 포근포근 모두 함께 잠들고 싶지 않은 들뜨던 그 밤의 기억, 맛있는 것을 잔뜩 사 오는 엄마의 마중, 친구들과 함께라면 좋았던 작고 소중했던 생일파티, 몸이 추워 보인다며 꽁꽁 싸매주던 듬직한 손길과 같은 경험들


@nanamee_studio. 조금만 닿아도 발갛게 익어가던 귀
@nanamee_studio. 복숭아처럼 익는 부끄러운 얼굴로 데이트 신청을 하던 친구

이러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일상이, 삶이 이어진다. 그것으로 우리는 견디고, 지탱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오늘만 해도 바깥에서 내리는 빗소리, 지나가는 사람과의 반가운 인사, 후덥지근한 더위를 식혀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순간 불었다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 같은 별것 아닌 사소하고 시시한 것 같은 작은 것들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준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작다고 여겨지는 것이 가장 애틋하고 소중할지도 모른다.


@nanamee_studio.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포만감
@nanamee_studio. 좋아하던 일에 열정을 다하던 그 즐거움


우리의 하루가 돈을 벌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해서 불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원하지 않는 행위를 함으로써 원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내 삶에 주어지는 자유 시간을 소중하고, 따뜻하게 모아서 잘 채워나가고 싶다.


@nanamee_studio. 포근포근 모두 함께 잠들고 싶지 않은 들뜨던 그 밤의 기억
@nanamee_studio. 맛있는 것을 잔뜩 사 오는 요술쟁이 같은 엄마의 마중


10년 뒤의 나는 여전히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마음을 망각하고, 또다시 요구되는 기준에 나를 맞추어 볼 것이다. 그때 삶을 지탱하게 하는 건 내 옆의 소곤소곤 속삭임(따뜻한 순간들)이라며 기억 뒤 편으로 밀려난 이 말을 꺼내 다시 해주어야겠다.


@nanamee_studio. 친구들과 함께라면 좋았던 작고 소중했던 생일파티
@nanamee_studio. 몸이 추워 보인다며 꽁꽁 싸매주던 듬직한 손길


소곤소곤 따뜻한 속삭임의 순간

모두의 비오는 여름이 평온하기를 바라며.

namee(@nanamee_studio) • Instagram

이전 12화 마음이 두근대는 상상과 행복 주파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