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막히면 관계는 멀어집니다
#나에게달달한정_자기사랑_first 87
“동생은 한 번에 맞는데…!”
이 바보야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들린다.
코로나 백신 2차 맞으러 집 근처 가정의학과에 들렀다. 주사 맞고 괜찮은지 기다리고 있는데 독감 맞고 나오는 남자아이가 흐느껴 운다. 초등학교 4학년쯤 돼 보인다. 뒤에 동생인 듯 보이는 여자아이가 웃으며 따라 나온다. 뒤에서 한 마디씩 한다.
“다 맞았는데 왜 울어”
“아빠가 저녁에 치킨 사준대”
“동생은 한 번에 맞았는데…”
울며 앞서간 남자 아이랑 얼굴이 판박이처럼 똑같이 생겼으니 아빠일 테지. 그 뒤에 같이 나오는 여성은 엄마임에 분명해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진정시키려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울지 말라고. 자식이 우는 모습을 보는 어떤 부모의 마음이 좋을까?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울지 말라는 거다. 바보라고 야단을 쳐서라도 아이가 울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사랑하니까.
그러나 마음이 아무리 사랑의 의도면 뭐하나 그 사랑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의 마음에 공감이나 위로가 전해지지 않는다.
나도 받아본 적 없다.
유난히 겁이 많아 주사 맞을 때마다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던 초등학생 시절 나는 병원에 민폐를 끼친다고 무수히 야단맞았다. 내 무서움은 약해빠짐의 증서 같았다.
나를 닮아서인지 중학교 신체검사 때 혈액검사를 거부한 유일한 학생이던 큰아들. 그 아이에게 나도 제대로 된 공감을 전한 적이 없다. 미안하다.
어제 신검을 받으러 다녀온 큰 아들에게 물었다.
“피 뽑았니?”
“네. 너무 싫고 힘들었어요”
“그지? 그래도 우리 아들 다 컸네. 잘하고 왔으니”
오늘 저 아이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 주나? 위로는 아니더라도 바보라고 동생만도 못한 녀석이라고 야단이나 더 맞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치킨을 먹어도 마음 편히 먹기를 혼자 기도해본다.
나도 오늘 백신 2차 맞았는데 지금 맞은 지 5분 지났는데 괜히 느낌이 안 좋다. 울고 싶다.
오늘 내 씩씩함은 내가 토닥여 줘야겠다. (친구가 토닥여 줬다)
#백신 2차 접종 #울어도되요 #주사아프다 #마음이더아프다 #바보라고놀리지말아요 #주사보다말이더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