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626호 (2025.02.20)
출판업계와 작가들에게 북 리뷰는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작품의 문학적 가치와 시장성을 평가받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신문이나 권위 있는 매체에 실린 긍정적인 북 리뷰는 책의 판매량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베스트셀러 선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문을 중심으로 하는 언론 매체의 북 리뷰 코너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도서를 소개하고 문학과 사회적 가치를 분석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주요 신문들은 북 리뷰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독립적인 온·오프라인 잡지를 운영하거나, 독자 참여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북 리뷰 문화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편이며, 여러 신문사의 북 리뷰 코너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해외 북 리뷰 코너의 주요 운영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북 리뷰 문화의 발전 방안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해외 주요 신문사의 북 리뷰 운영 현황
해외의 북 리뷰 코너는 출판 시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책 소개를 넘어 문학적 평가, 사회적 맥락, 정치적 분석 등을 포함하면서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도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각 신문사는 차별화된 편집 방향과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여 북 리뷰 코너를 운영하면서 문학, 경제, 정치,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 신문사를 중심으로 한 주요 북 리뷰 코너의 주요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자.
우선, 영미권 내 주요 신문사의 북 리뷰 코너를 살펴보자.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사 중 하나이며, 북 리뷰 코너도 출판업계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1896년부터 시작된 뉴욕 타임스 북 리뷰(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는 역사 깊은 북 리뷰 코너로 문학과 비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신간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매주 평론가, 문학 전문가, 저널리스트 등이 참여하여 심층적인 비평을 제공하며, 매주 발행되는 북 리뷰 잡지로 운영된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출판 시장에서도 트렌드와 주요 이슈를 상징하는 지표가 되었다. 이러한 영향력으로 인해 리스트에 오른 책들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얻고 있다.
정치, 역사, 사회 문제를 다룬 서적에 대한 비평이 강점인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북 월드(Book World)도 유명한 북 리뷰 코너다. 다양한 분야의 신간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저자와의 인터뷰, 출판 시장 동향 분석 등 출판업계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워싱턴 포스트 라이브(The Washington Post Liv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저자와 독자 간의 소통을 증진하며, 실시간 인터뷰 및 독서 토론을 진행하면서 단단한 북 커뮤니티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의 북스(Books) 코너는 금융, 투자, 경제정책 관련 도서를 분석하며 성공한 기업과 경영자들의 저서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기업 경영, 혁신, 기술 발전과 관련된 도서를 선정하여 경제 전문가들이 북 리뷰를 제공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신문사인 가디언(The Guardian)은 가디언 북스(The Guardian Books) 코너를 통해 문학과 논픽션, 시,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를 폭넓게 다룬다.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문학적 논쟁과 사회적 쟁점에 대한 분석을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디언은 독자 참여형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가디언 북클럽(The Guardian Book Club)을 운영하며 독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특정 책을 선정하고, 독자들이 직접 북 리뷰를 작성하거나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1785년에 창간한 영국의 타임스(The Times)에서 운영하는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The Times Literary Supplement, TLS)는 1902년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북 리뷰 코너로 알려져 있다. 주로 학술적이고 분석적인 비평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TLS는 단순한 대중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 역사, 과학 서적도 다루고 있다. 특히, 엄격한 비평을 통해 문학적 가치를 평가하는 데 주력한다.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저서, 클래식 문학의 재해석, 번역 문학에 대한 리뷰 등 학술적 깊이가 있는 글들이 많다. 또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의 문학을 다루면서 전 세계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어서, 유럽 내 주요 신문사의 북 리뷰 코너를 살펴보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경제·금융 전문 신문으로 잘 알려졌지만, 파이낸셜 타임스 북스(FT Books) 코너를 통해 경제, 경영, 정치뿐만 아니라 문학과 역사 관련 서적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서적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며, 특히 비즈니스 리더와 정책 결정권자들이 참고할 만한 책을 추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의 파이낸셜 타임스와 슈뢰더 경제 경영서(FT and Schroders Business Book of the Year)라는 연례 도서상을 통해 매년 뛰어난 비즈니스 분야 서적을 선정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신문사인 르 몽드(Le Monde)는 책의 세계(Le Monde des Livres)라는 북 리뷰 코너를 통해 문학, 사회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코너의 가장 큰 특징은 프랑스 문학과 유럽 문학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신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의 문학적 스타일과 시대적 배경을 분석하고, 문학적 흐름 속에서 작품의 가치를 조명하는 방식으로 북 리뷰를 운영한다. 르 몽드는 매년 르 몽드 문학상(Prix littéraire Le Monde)을 주최하여, 프랑스 및 해외 문학 작품을 평가하고 권장 도서를 선정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신문사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FAZ)은 문학과 논픽션(Literatur und Sachbuch)이라는 북 리뷰 코너를 운영하며, 문학뿐만 아니라 학술 서적, 사회과학, 철학 서적도 폭넓게 다룬다. 독일 내 문학상과 연계하여 문학 작품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는 기획 기사를 자주 게재하며, 독일어권 문학과 번역 문학에 대한 비평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Frankfurter Buchmesse)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도서전 기간에는 신간 리뷰와 저자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신문사인 엘 파이스(El País)는 바벨리아(Babelia)라는 주말의 문학과 문화 코너를 통해 북 리뷰를 제공한다. 스페인 및 중남미 문학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스페인어권의 신간 도서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 문학 작품에 대한 북 리뷰도 활발하게 운영되며, 주요 문학상 수상작이나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책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바벨리아는 문학뿐만 아니라 예술, 영화, 음악과 관련된 분야까지 포함하는 등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북 리뷰 코너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신문사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는 라 레츄라(La Lettura)라는 문화와 문학 코너를 운영하며, 문학뿐만 아니라 역사, 예술, 사회과학 서적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이 북 리뷰 코너는 단순한 도서 리뷰를 넘어, 각 분야 전문가의 논평과 저자 인터뷰를 포함한다. 신인 작가의 작품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면서 이탈리아 문학계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 중 하나인 스트레가상(Premio Strega)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수상작 및 후보작에 대한 분석 기사를 자주 게재한다.
이어서, 일본 내 주요 신문사의 북 리뷰 코너를 살펴보자.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은 일본 문학과 북 리뷰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문사로 정기적인 북 리뷰를 제공하는 코너를 운영한다. 북 리뷰(ブックレビュー) 코너에서는 신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주로 문학 전문가와 평론가들이 참여하여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책을 읽다(読書) 코너에서는 저명한 작가나 학자가 추천하는 도서를 소개하면서 문학과 사회적 논의로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사히 신문은 매년 아사히 신문 문화상(朝日新聞文化賞)을 운영하며 일본 문학계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을 제시한다. 자체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하고, 작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독자들이 책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 신문(読売新聞)은 북 리뷰 코너에서도 높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독서(読書) 코너에서는 문학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하며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북 리뷰를 게재한다. 요미우리 북 리뷰(読売書評)는 신간 서적을 중심으로 한 전문적인 리뷰를 제공하면서 매년 요미우리 문학상(読売文学賞)을 운영하고 있다. 문학상 후보작에 대한 북 리뷰가 제공되며 작가들과의 대담 형식의 인터뷰도 함께 진행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日本経済新聞)은 경제경영, 사회과학 서적 중심의 북 리뷰을 제공하는 신문사로 니케이 북 리뷰(日経ブックレビュー) 코너를 운영한다. 경제학, 경영학, 기술 관련 신간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며 전문가들의 분석과 함께 책의 실용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특히 비즈니스 서적 리뷰가 강점이며 경제경영 부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을 선정하는 니케이 선정 올해의 책을 발표한다. 이를 통해 기업인과 경제학자들이 참고할 만한 필독서를 추천하며, 독자층은 주로 비즈니스 및 경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종합하면, 해외 주요 신문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북 리뷰를 제공하며, 독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독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인 북 리뷰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를 조명하고, 출판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독자와 출판업계,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북 리뷰 코너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출판 생태계에서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서평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언
한국의 주요 신문사들도 북 리뷰 코너를 운영하고 있으나 독립적인 잡지 형태로 발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뉴욕 타임스 북 리뷰(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와 같은 독립된 북 리뷰 전문 잡지를 창간하거나, 기존의 북 리뷰 코너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책 소개에서 벗어나 문학과 사회 전반에 대한 의미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북 리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 리뷰는 단순히 기자나 평론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의 소통 창구이자 양방향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신문사의 홈페이지나 SNS를 활용하여 독자가 직접 북 리뷰를 등록할 수 있는 코너 개설과 확대를 제언한다. 인상적인 우수한 북 리뷰을 선정하고 이를 지면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면 빠르게 활성화될 수 있다. 이어서, 북 리뷰를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과 연계하면 독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
현재 국내에도 여러 문학상이 운영되고 있지만, 신문사의 북 리뷰 코너와의 연계는 부족한 편이다. 주요 문학상과 협업하여 수상작에 대한 평론을 연재하고, 저자 인터뷰 및 독자 토론회를 기획하는 등의 방식으로 북 리뷰 문화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독립 서점 또는 각급 도서관과 협력하여 북 리뷰 모임을 운영하고, 지역 작가와 독자 간의 소통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예를 들어, 지역 신문사와 연계하여 특정 도서를 선정하고 독자들의 북 리뷰를 공유하는 캠페인을 운영하면 더 많은 사람이 독서와 북 리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해외 주요 신문들은 북 리뷰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서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북 리뷰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접근 방식을 도입하는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 북 리뷰 문화의 활성화는 출판 시장과 독서 인구 증가로 이어지며, 중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__ 글. 류영호 (교보문고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