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회도서관, 2025년 6월호. 류영호
2025년 1월 20일 출범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행보가 출판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다. 특히, 추가 관세 조치 여부에 따른 국가 간 출판물 수출·입 과정, 인쇄 제작에 따른 원가 및 유통 비용 인상 등에 대한 우려와 파급 효과가 중심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국, 캐나다, 멕시코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추가 인상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미 1기 시절에 중국에서 수입되는 도서를 포함한 광범위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여러 출판사가 주도한 노력 덕분에 종교 분야 도서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아동 분야는 15%에서 7.5%로 인하되었다. 중국에서 출판된 대부분의 도서는 계속해서 관세 대상이었고, 바이든 행정부 기간 내내 유지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가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인상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많은 출판사들이 해외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국내로 이전해 왔지만, 국내에서 더 많은 책을 인쇄하면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미국 인쇄업계는 “출판사와 협력하여 건전한 류영호교보문고 부장국내 인쇄 사업을 유지하고 싶다”라는 반응이다.
일부 인쇄업체들은 관세 부과 인상이 최근 몇 년간 생산 능력을 확대해 온 디지털 기반의 인쇄업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잉그램(Ingram)은 자사가 책을 유통하는 일부 캐나다 출판사에 자사의 주문형 인쇄 서비스인 라이트닝 소스(Lightning Source)를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재고 부담 없이 소량 인쇄가 가능하고 배송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한다면 관세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 인상에 대한 출판업계의 다양한 반응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의 브라이언 머레이 대표는 기자 회견을 통해 “많은 출판사가 관세와 관련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퍼콜린스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인쇄 및 공급망 운영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다. 하퍼콜린스는 미국 최대 규모의 성경을 제작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인쇄를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더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교육 전문 대형 출판사인 스콜라스틱(Scholastic)의 피터 워릭 회장은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포함한 미국의 무역 정책에 대해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2025년 상반기에 판매할 재고가 이미 미국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관세의 영향으로부터 보호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사전에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출판사지만, 하반기부터의 대응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출판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의 글로벌 정책 담당 부사장 루이 심슨은 “우리는 크고 작은 회원사들에 미국 및 해외 시장의 비즈니스에서 미치는 관세 영향에 대해 세부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무역 정책은 점진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 기업과 근로자의 국제 경제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행정부, 의회와 협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추가 관세 적용의 유예 기간과 협상 일정 등 변화되는 상황에 대해 협회도 다방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캐나다출판협회(Association of Canadian Publishers)의 잭 일링워스 전무이사는 “많은 출판사가 매출의 50% 이상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캐나다도 관세 기준 변경에 따른 위험과 잠재적 구제책에 대해 정부의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캐나다와 미국 모두의 전체 출판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며, 캐나다에서 많은 양의 책을 인쇄하지만, 완성된 책은 다시 미국에서 캐나다로 유통한다고 덧붙였다. 즉, 캐나다가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는 이중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결국 독자들의 부담이 더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독자 커뮤니티와 전문가 그룹의 반응
최근 주요 언론사와 소셜네트워크의 출판과 독서 관련 소식을 종합해 보면, 미국의 독자들은 관세로 인해 책값이 더 비싸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틱톡의 독자 커뮤니티인 북톡(BookTok)의 열정적인 회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도서 출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북톡에서는 도서 가격 인상 가능성과 일부 해외 서점들이 미국 내 판매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실망감을 보였다. 수십 명의 크리에이터들은 관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영상을 올렸다. 몇몇 사람들은 트럼프의 재선이 10달러짜리 단행본의 복귀를 의미한다고 주장한 과거의 동영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관세로 인해 해외에서 판매되는 책을 구매하는 미국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주목된다. 일부 미국 독자들은 더 빠른 출간일, 독점 콘텐츠, 소장 가치가 있는 다양한 에디션으로 인해 해외 서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토요일마다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상품을 홍보하는 영국의 대형 서점인 워터스톤스(Waterstones)는 “새로운 관세의 영향을 파악하는 동안 미국 내 고객들도 주문할 수 있다. 향후 추가 관세 등 요금 인상이 되면 결제 시에 표시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대형 출판사가 포함된 미국의 도서산업연구그룹(Book Industry Research Group)의 브라이언 오리어리 전무이사는 “새로운 관세가 도서 제작 비용을 증가시켜 출판사의 마진을 좁히고 궁극적으로 판매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볼 때 추가 관세는 소모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단기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쇄 장비 구매 및 유지 보수 비용이 더 비싸질 경우, 관세가 국내 제조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과 함께 발표한 관세 면제 대상 제품 목록에 인쇄 도서와 아동용 그림책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 해외에서 인쇄되는 얇은 종이에 인쇄된 성경이나 유아용 보드북과 같은 품목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관세 기준이 언제 어떻게 다시 조정될지 모를 일이다.
세계 출판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내부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방편이자 새로운 정부에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방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방향에 따른 속도 조절은 국가별 협상을 통해 유불리가 정해질 것이다. 세계 10대 출판 강국에 속한 한국의 출판업계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출판 관련 기관과 협회의 다각적인 분석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 참고자료
- American readers are worried books will get pricier thanks to tariffs, NBC News,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