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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BRIDGE Nov 21. 2017

무비 브릿지 - 빛나는

나태하고 불친절한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한 영화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영화.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유려한 영상미가 돋보인다는 영화. 많은 기대를 하고 보러 갔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듯, 의문과 당황스러움만을 남기고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메세지는 있으나, 개연성도 떨어지고 인물들의 행동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영화음악을 통해서 감정을 억지로 주입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효과적이지 않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상실' 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력을 잃어가는 포토그래퍼 나카모리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영화 음성해설을 만드는 미사코. 둘의 이야기를 통해,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인물의 감정을 보여준다. 독특하게도 미사코가 해설하는 영화 역시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종의 액자식 구성처럼. 특히 영화 속 영화에 나오는 대사,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어" 나, 연인을 잃은 영화 속 주인공 '주조'가 바닷가를 헤메이다 석양을 바라보는 엔딩은 본래의 서사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리고 자신의 눈을 모두에게 선보이던 포토그래퍼 나카모리. 그런 그가 시력을 잃었을 때, 그는 온 세상을 잃은 듯한 절망을 느낀다. 그리고 손아귀에 남아 있는 실낱같은 빛을 움켜쥐고자 발악한다. 일부러 빛이 잘 드는 집으로 이사를 한다든가, 억지로 억지로 앞을 보기 위해 눈을 내리깐다거나, 아니면 조그만 뷰파인더에 눈알을 꾸역꾸역 들이민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흐릿한 눈으로 지팡이도 없이 걸어가다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그 카메라를 찾으려 동료의 인화실로 쳐들어가서 내뱉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이건 내 심장이야. 지금은 멎어 버렸지만.


    하지만 인상적인 부분은 이뿐이다. 시력을 잃은 포토그래퍼의 절규는 너무나도 절절히 느껴지지만, 그 이후로 서사는 앞으로 내달릴 동력을 잃는다. 심지어 거기까지 온 것 역시 플롯의 정교함보다는 배우의 열연이나, 이입될 수밖에 없는 설정상의 힘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카메라를 훔친 동료는 왜 그것을 훔친 것인지, 미사코의 직장 사람들은 왜 그렇게 나카모리와 미사코를 엮으려는 것인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단지 "빛을 잃어 가는 사진사" 라는 절절한 설정 하나, 그리고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배우의 열연만으로 감정선을 이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나카모리가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나서는 무너지고야 만다. 서서히 빛이 없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나카모리. 그리고 계속해서 그를 지켜보는, 아니면 우연의 일치로 자꾸만 마주치게 되는 미사코. 그 둘의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불능이다. 미사코는 나카모리의 작품들을 훑어보다가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그에게 어떤 감정적 이끌림을 느낀다. 바로 어릴 적 아버지와 찍었던 석양 사진과 꼭 빼닮은 사진이었다. 이미 사라진 지 십 년도 넘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중년의 사진사에게 투영한 것일까. 대충 그렇다고 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를 납득할 수가 없으니까. 그 그리움 하나로 미사코는 나카모리에게, 그 석양 사진을 찍었던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까지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최악의 "그 장면."

?????

    자신의 심장이라던 카메라를 산 아래로 홱 던져버리는 나카모리. 그리고 왜 그랬냐면서 당황하다가 갑자기 키스를 퍼붓는 미사코.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장면이었다. 그전까지 둘 사이의 감정은 갈등과 연민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전혀 연인으로서 상대를 바라보거나, 혹은 사랑 비슷한 감정까지도 표현하지 않았던 둘인데, 갑자기 키스라니. 최근 본 모든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갑작스러웠던 장면이었다. 하다못해 일본 포르노그래피에서 등장하는 키스신도 저것보다는 개연성 있었다. 저 키스신 하나로 이 영화는 한낱 포르노만도 못한 개연성의 유사영상물로 스스로를 낮춘다. 이 장면 이후로 도저히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이 깨졌다. 혹자는 이 영화의 장점으로 절절한 감정과 영상미를 꼽는데, 절절한 감정은 윤제균식 영화에도 있고, 영상미는 좀 괜찮은 뮤직비디오에도 있다. 그 둘보다 장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영화였다. 


    마찬가지로 부국제에 출품한 "유리정원" 은 다소 비현실적이긴 했어도 환상적인 미장센으로 하여금 관객들이를 환상 속 장면처럼 느끼게 했다. 그렇게 함으로서 영화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영리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빛나는" 은 나태하고, 불친절하다. 다시 개봉해 천만 관객을 불러모으더라도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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