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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꺽정 Sep 01. 2018

경제학의 오류

8. 분업이 답인가?

경제학 무역학을 공부하면 분업에 대하여 배운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 절대우위론 비교우위론같은 이론이다.  분업의 철학은 간단하다.  각 나라가 잘 하는 것에 집중을 하여 서로 교환하면 상호간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A라는 국가가 농업에 경쟁력있고 B라는 국가가 제조업에 경쟁력이 있다면, 한 국가에서 농업 제조업을 다 할 것이 아니라 A국가는 농업에 집중하고 B국가는 제조업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분업 이전보다 농업생산량 제조업생산량은 늘어날 것이고 늘어난 생산량을 서로 교환을 하면 A국가 B국가는 좀 더 많을 효용을 누릴 수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분업이론의 기본 철학이다.

이 이론은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이 된다.  한 개인이 필요한 물건이 주택, 식량 의류라고 하자.  이런 물건들을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면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농사도 지어야 하고 집도 짓거나 수리해야 하고 옷감도 만들고 옷도 직접 바느질해야 할 것이다.  다른 일을 할 틈이 있을까?  하루 종일 일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여가생활이란 꿈도 꾸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만약에 한마을에 A라는 사람은 농사를 잘 짓고, B라는 사람은 집을 잘 짓고, C라는 사람은 옷을 잘 만든다고 한다면 셋이 모여 이렇게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A 너는 우리들보다 농사를 잘 지으니 너는 농사만 지어라.  B 너는 집을 짓거나 고치는 일만 해라, C 너는 옷만 만들어라.  이렇게 하면 우리가 각자 농사, 집짓기, 옷 만들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 들여서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1/3씩 나누어 가지면 우리는 적은 비용으로 훨씬 많은 효용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는 시간이 생겨서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분업이론은 매우 현실적이어서 경제가 발달하면서 산업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포드사는 초기에 자동차를 제조할 때 이 분업이론을 적용했다.  컨베이어 벨트 옆에 사람들은 배치하고 배치된 사람들은 수천 가지 공정중에서 한 가지 공정만을 담당했다.  문짝을 다는 사람은 문짝만 달고 타이어를 끼우는 사람은 타이어만 끼웠고 페인트칠 하는 사람은 페인트칠만 하였다.  이러한 포드의 선택은 제조원가의 대폭적인 절감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포드는 자동차 시장을 휩쓸 수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과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먼저, 나는 농사도 짓지 않고 핸드폰도 만들지 않고 집도 지을 줄도 모른다.  나는 전기를 생산할 줄도 모르고 옷을 만들지도 못한다.  하지만 나는 먹을 것을 시장에 가서 사서 먹을 수가 있고 전기료를 내고 전기를 쓸 수가 있다.  핸드폰도 사서 쓸 수도 있다.  집도 좀 비싸기는 하지만 사서 그 안에서 살고 있다.  내가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돈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한다.  그 일은 아주 단편적인 일이다.  책상에 않아서 사무를 보고 하루에 한 번씩 고객을 만난다.  그 고객과 거래조건을 협상하고 물건을 팔고 그 결과로 회사는 돈을 번다.  그 대가로 나는 월급을 받는 것이다.  나는 의식주와는 전혀 상관없는 물건 파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의식주 생활을 무리 없이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생산해 주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매우 조직적으로 분업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업은 좋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그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것인가.  힘든 농사일을 하지 않아도 나 대신 농사일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어 나에게 음식물을 제공해주니 말이다.  노래만 하는 연예인들이 평생 동안 노래만 부르면서 살 수 있는 것도 분업이 발달된 사회 덕분이다.  분업이 발달되지 않은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꿈을 꿀 수 조차 없는 현실인 것이다.  

옛날에는 어지간한 것들은 자급자족을 해야 했다.  내가 먹을 식량은 내가 농사를 지어서 마련해야 했고, 내가 입을 옷은 내가 만들어서 입어야 했다.  내가 살 집도 내가 지어야 했다.  옛날 사람들은 팔방미인이었던 셈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이 간다.  일 년 내내 먹고살기 위하여 농사를 지어야 했고 온돌방을 지피고 위하여 땔감도 마련해야 했다.  옷감을 생산하기 위하여 목화를 심고 누에를 키워야 했다.  쉴 틈 없이 일을 했어야 했지만 그들의 생활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분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이러한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분업은 인류에게 선물과 같은 셈이다.

분업에 바탕을 둔 현대사회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교환이 원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교환이 원활하지가 않다면 분업에 바탕을 둔 사회는 바로 붕괴한다.  어떤 사람이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동사무소에서 사무를 보면서 받은 월급으로 의식주에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 구매하여 살아가고 있는데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산물의 판매를 거부한다면 그 공무원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만약 한국전력이 전기판매를 거부한다면, 아닌 그보다는 한전이 석탄 수입불가로 전기를 생산할 수가 없다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20~30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하고,, 물도 공급이 안되고 난방공급도 중단이 된다.  아파트에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는 농업생산이 매우 미약한 나라이다. 그들은 국제금융 또는 정유업, 전자제품 제조업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식량을 수입하고 먹고사는 나라이다.  이 나라는 분업의 장점을 100% 활용하여 살아가고 있는 나라의 전형적인 예이다.  그런데 만약에 식량을 수출하던 나라가 어느 날 갑자기 식량을 판매를 거부하면 싱가포르라는 나라는 지구 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여기에서 분업의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된다.  분업은 작게는 개인의 생존능력을 퇴화시키고 크게는 국가의 존재 기반을 취약하게 만든다.  현대사회는 분업을 통하여 성장하였고 이로 인한 혜택을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분업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더 위험해진 사회에서 불안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강한 개인, 생존 가능성이 높은 개인, 강한 나라, 지속가능성이 높은 나라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평상시에서의 정의와 위기상황에서의 정의가 달라질 것이다.  평상시의 정의를 따른다면 단순히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도 강한 나라에 포함될 것이다.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노르웨이와 같은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억원을 넘는다.  그런데 왠지 이들 나라를 강국이라고 부르기에는 왠지 뭔가 찜찜하다.  군사력이 강한 나라는 강국으로 인정할 만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다.  강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것은 경제력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라는 의미이기에 군사력이 강한 나라를 강국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군사력이 있다는 것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추가하고 싶다.  외부와 교역이 없다 하더라도, 자유무역시스템이 망가지더라도 자체 능력으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  즉 국제적인 분업시스템이 망가지더라도 자체 생산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나라를 나는 강국의 반열에 포함시키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북한 때문이다.  북한은 경제력으로 따지면 매우 미약한 나라이다.  자연재해로 농산물 생산이 급감했을 때는 국제적인 원조를 받아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는 충분한 국가는 분명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47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는 한국의 1/2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나라가 유엔으로부터 제제를 받고 있고 미국으로부터 초고강도 수준의 경제적 외교적 제제를 받고 있다.  한때는 이러한 제제 국면 하에서 북한은 더 이상 견디어 내지 못하고 백기 투항하거나 내부 폭동 등으로 인하여 자멸하게 될 거라는 예상이 부상하기도 했다.  이때 중국이 북한을 접수한다는 둥, 미국이 접수한다는 등등 설이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북한은 버티어 내고 있다. 내부 폭동이 일어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부 결속이 더 강해지는 느낌도 든다.  더구나 더 놀라운 것은 군사력이다.  북한의 군사력은 구식 무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투기는 노후화된 구식이고 전투기 등을 생산할 능력도 없다.  이런 나라가 그 와중에 원자폭탄,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저 멀리 미국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군사력 측면에서 볼 때 세계 어느 강대국도 북한을 만만히 볼 수 없다.  북한과 전쟁을 하고자 하면 그 나라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더 그렇다.  만약 일본이 북한과 적대적인 상황에 돌입하면 도쿄 오사카 등의 대도시는 초토화되고 국토의 대부분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각오를 해야 한다. 설사 이기더라도 이긴 것이 아닌 것이다.

또 하나,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제로 북한의 교역은 급감하여 분업의 혜택을 볼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국민들이 기아에 시달리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이를 이겨내고 있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생존력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식량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났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해결하고 있다. 핸드폰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  내가 보기에 북한이 할 수 없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한 국가가 모든 것을 외부로부터 의존하지 않고 자체 능력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강한 나라의 전제조건이다.  북한은 이를 해내고 있다.  비록 경제적인 풍요는 누리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반면에 한국은 좀 참혹하다.  군사력은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하고 있고 한국군은 작전권마저 미국에 넘겨주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무기 수준도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가령 일본과 전쟁이 나면 대한민국의 공군 해군은 하루 이틀이면 전멸될 정도다.  대한민국은 경제는 싱가포르처럼 국제분업의 혜택을 최대로 누리고 있는 나라이다.  대한민국은 경제는 일종의 가공무역의 형태이다.  자원을 수입하여 기술과 자본을 동원하여 이를 가공하여 상품을 제조하여 수출을 함으로써 돈을 버는 체제이다.  이러한 체제는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미국이 재치기를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농업기반도 무너져 가고 있다.  농산물의 수입이 없으면 먹고살 수가 없다.  석유의 수입이 없으면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멈추어 선다.  분업의 수준이 높은 만큼 나라가 외부의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어떤 돌발상황에 의하여 외부와 교역을 단절되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대중교통체계는 마비되고 아파트는 더 이상 주거시설로써 기능을 하지 못하고 굶주려 죽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로 인해 폭동도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한 것이다.  정부에서 행하는 정책은 매우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은 국가 자생력을 키우는 일이다.   석유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가 많이 필요 없는 에너지고효율 체제를 구축하거나, 태양광 등을 활성화하여 설사 석유가 없더라도 버티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농산물 수입이 중단되더라도 스스로 해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능력이 없으면 지속 가능한 강한 국가가 아니다.  개인이든 나라든 분업의 효율성만을 추구하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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