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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압둘라 Dec 16. 2018

지구를 부탁해!  Stage.1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건 소리



뻥이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로버트 엘리엇-





그거 진짜 뻥이다


정말 힘든데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그 순간은 정말 즐길 수 없다. 너무 힘들어서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빠지고 피부가 익어 따가운 상황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얼굴을 타고 내리는데 어떻게 그 상황을 즐길 수 있을까 이건 진짜 거짓말이다.


즐기는 건 그때 그 순간을 까먹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결과만 생각하게 되고 그때 좋았지 힘든 건 생각 안 나고 좋았다 기억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픈 게 좋아! 더 아프게 해 줘 더! 더! 더! 이런 사람은 없다. 절대 이런 사람은 없다.


그 순간은 누구나 힘들다 다만 결과에 따라오는 성취감이 그것을 덮어 버린다.





정말 힘든 건 과정


   

잠 못 자고 냉골에서 버티다 보니 몸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더구나 가방은 13.5킬로 참가자 중에 제일 무거웠다.

가방에 이것저것 챙기고 걱정도 꾸역꾸역 넣는다고 가방이 이렇게 무거워졌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걱정만 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도전이었고 사람들은 사막 250km 달릴 때 힘들지 않냐고 물어 들 보시지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사막 달리는 것도 물론 힘들지만 저는 3달 정도 사막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이 훨씬 힘들었다고.


이유는 그냥 훨씬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사막은 1주일이면 끝난다 힘든 것도


수백 번을 넘게 거절당하였고, 얼굴에 철판을 까고 쌩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화기 너머로


안녕하세요!


도와주세요!


이런 사람입니다!


컴퓨터 바탕화면과 책상 위는 폴더를 깔 수 있을 자리도 없었고 책상 위에는 a4지과 포스트 지로 가득 덮고 있었다.


앵무새처럼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그렇게 계속 거절당하고 나의 자존 감은 바닥을 쳤고 바닥을 쳤지만 더 아래로 내려가려고 계속 땅을 두드렸다. 쿵쿵쿵 나에게는 준비과정이 더 큰 도전이었다.


그렇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실패할 줄 모르지만 할 수 있다는 신념이었으며 지금에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17시간 아르바이트, 협찬 요청 등 사람들의 응원까지 모두에 기대를 한 몸에 짊어지고 나는 한 발짜국 한 발짜국 출발 선으로 걸음을 옮겼다


악! 박태훈 출발 준비 끝!


메아리가 되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다짐에 또 다짐을 하였고 나는 준비선에 섰다.


주변을 쑥 둘러봤는데 다들 긴장, 설렘, 두려움이 얼굴에 묻어나고 있었다. 저 사람들 눈에는 내 얼굴도 그렇게 보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한 걸 숨기기 위해 나는 참가자들 중 맨 앞에 섰다


우리들에 목소리는 계곡 골짜기를 울렸고 그 울림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 서로를 응원하였다.





stage.1


땅 하는 소리에 함께 모두 힘껏 달렸다.


시작부터 내리막 길이었는데 나도 처음에 신나게 달렸다. 심장은 설렘 때문에 쿵쾅쿵쾅 뛰었고 차가운 새벽 공기가 내 얼굴을 치고 있었다.


아직 해가 들어오지 못해 공기가 너무 차가워 크게 호흡을 할 수없었다. 이유는 폐까지 얼어붙는 차가운 공기 때문이었다.  고도가 3200미터가 산소 농도도 희박하였고 그런 점이 나를 더 힘들게 하였다.





쉽지가 않다.


쉽지가 않다. 정말... 쉽지가 않다. 힘차게 출발했지만 첫날부터 어려웠다.


가뿐 숨을 계속해서 몰아내 쉬었고 공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 코와 패가 너무 따가웠지만 계속 숨을 쉬었다.

난생처음 접하는 환경과 대회 지형 푹푹 빠지는 모래.. 그리고 무거운 가방이 나를 더 힘들게 하였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계속 생각을 했다.

1km를 뛸 때마다 10달러가 모이고 이 도전에 성공하면 아프리카 니제르에 우물을 기부할 수 있다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사람들과의 약속을 생각하면서 계속 뛰었다. 뛰고 또 뛰었다. 죽더라도 성공하겠다. 다리로 걸을수 없으면 기어서라도 가겠다는 생각으로 버텼고 어느 순간부터 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도 모르게 욕이 입 밖으로 흘러나 오고 있었다.


너무나도 길고 길었던 오늘 하루는 해와 같이 출발하여 해질 때 베이스캠프에 함께 들어올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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