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던 지난 주말에 외출을 하기 위해 방수가 되는 등산화를 꺼내어 신었다. 그러나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닿기도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등산화 한쪽 밑창이 정말 훌러덩 벗겨지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쪽은 괜찮은지 살펴보니 이미 사이가 벌어지고 있었고 일부러 손가락을 집어넣어 떼어내니 쉽게 떨어졌다.
그동안 산에 갈 계기도 거의 없어서 나로서는 고이 잘 모셔둔 건데. 연식은 꽤 되었어도 몇 번 신지도 못한 새 신발인데. 아까워 어쩌나. 젖은 신발을 일단 잘 말려뒀다가 동네 구두 수선집을 수소문해서 들고 가봤다. 수선집 사장님은 신발장 안에서 오랫동안 수분을 흡수하여 밑창이 떨어진거라셨다. 본드로 다시 붙이는 것보다 신발 밑창 전체를 싹 가는 게 낫겠다고도 했다. 등산화 자체는 상태가 좋아서 갈고 나면 오래 신을 거라는데. 완전 교체하면 비용도 상당해서 그냥 떨어진 곳을 붙여서 신기로 했다.
예전에 구두를 많이 신고 다녔을 땐 밑 굽 가는 일도 흔했는데 요샌 매일 운동화를 신고 다녀서 진짜 오래간만에 해보는 수선이었다. 그나마 몇 군데 있었던 수선집이 문 닫거나 임시 폐점인 상황에 딱 하나 남은 수선집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지. 기왕 잘 고친 거 아끼지 말고 올봄엔 동네 크고 작은 산으로 자주 신고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