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야구를 보며 쉬고 있던 어느 평일 저녁. 갑자기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보다도 더 전화를 안 하는 우리 부녀사이인데 아빠가 무슨 일이 있나?
“퇴근했니?”
“아빠! 무슨 일 있어?”
무슨 일 있을 때만 통화하는 부녀의 통화내용은 늘 이렇게 시작한다.
“무슨 일 있어야만 전화하냐?”
“무슨 일 있을 때만 전화하잖아 아빠는~”
서로 웃었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던 터라 어디 아프냐고 걱정하던 아빠는 궁금한 게 많은지 질문을 계속 던졌다.
“조서방은 퇴근했니? 밥은 먹었니?”
“새 차는 잘 적응했니? 당분간 운전 조심해야 한다. 아니다 운전은 늘 조심해야지. 자동차보험은 더 안 냈니? 새 차라 더 내야 할 텐데?”
궁금한 게 많았던 우리 아빠. 결혼하고 나서 우리 사이가 오히려 사이가 좋아진 듯한 건 내 기분 탓일까. 오랜만에 아빠랑 소소한 일상을 나눴다.
“차가 커져서 처음엔 적응이 안 됐는데 지금은 좋아. 새 차가 역시 좋더라고.”
“새 차가 당연히 좋지. 시누이들이랑은 잘 지내지?”
“갑자기 시누이??”
“아빠가 살아보니까 다 가족이야. 가족이니까 예쁘게 말하고 나누면서 살고 안부 자주 묻고 그렇게 잘 살아야 해.”
“나 잘 지내~ 아빠가 주는 것도 잘 나눠서 쓰니까 자주 줘.”
“그래, 화목하게 지내. 할머니한테는 전화하니?”
“가끔 전화드렸는데 요즘엔 안 했어.”
“네가 워낙 전화 안 하는 애인지 아빠는 알지만 아빠한테 안 하는 건 괜찮아~ 근데 할머니 혼자 사시는데 자주 전화도 드리고 그래!”
“알겠어 알겠어~ 아빠한테도 종종 할게.”
“됐다, 나한텐 안 해도 돼. 쉬어. 끊는다.”
무뚝뚝하기만 했던 우리 아빠가 다정해진 건지 내가 다정하게 듣고 있는 건지. 전화를 끊고 낯선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 우리 아빠가 나이가 드셨나…?
언제쯤 전화로 안부 묻는 게 불편하지 않고 습관이 될 수 있을까…? 아, 어른이 된다는 건 참으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