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간이 MeganLee Mar 10. 2021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에 대한 진실

내가 더 이상 걷지 않게 된 이유


지난번 자전거의 도시로써 암스테르담을 소개함에 이어, 자전거의 쓰나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의 고군분투기와 그간 얻은 약간의 배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암스테르담 자전거는 "탄다(ride)"의 진정한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보던 자전거와 암스테르담 자전거를 비교하면 바퀴의 크기에서부터 차이가 크게 난다. 암스테르담 자전거는, 키 큰 네덜란드 사람들처럼, 정말 크고 그 큰 자전거에는 훌쩍 올라"타는" 행위 외의 다른 말은 도통 어울리지가 않는다. 안장을 높여 페달과의 거리가 멀 수록 밟는 힘을 많이 줄 수 있기 때문에

1. 페달 하나를 밟고 자전거를 출발시키면서 다리 하나를 안장 너머로 휙 넘겨 타기 시작하거나  

2. 자전거를 출발시키면서 핸들을 지지대삼아 몸을 순간적으로 띄워 안장에 앉아 타기 시작하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둘 중 하나의 스타일로 타고 다니는 것 같다. 나는 2번 유형이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 자체가 큰 스트레스였다. 안장에 앉은 채로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상황에서 신호등을 무시한 수십대의 자전거가 앞, 뒤, 옆, 대각선에서 휙휙 튀어나오는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익숙한 길이 아니라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아, 암스테르담 자전거는 대부분이 핸드 브레이크가 아닌 페달 브레이크라는 것도 한몫 톡톡히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자전거를 포기하면 출근부터 시작해 친구네 집에 놀러 가는 것, 장 보러 가는 것까지 뾰족한 수가 없다. 두세 배의 시간 (플러스 돈)을 들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고 걸어 다니며 노새처럼 무거운 장바구니를 낑낑 나를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 이 모든 불편함이 결국 공포심을 이겼다.

 

그 선택의 결과로 나는 갖가지 사고를 당했다. 번잡한 도로를 건너다가 배달 오토바이에 앞바퀴가 치여 살짝 날아가 떨어지기도 했고, 취한 객기로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자전거를 한 손에 잡고 몰아보겠다고 하다가 처참히 넘어지기도 하고, 트램 철길에 바퀴가 끼여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이 깨져 피가 철철 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페달 브레이크가 갑자기 빠져 속도 붙은 그대로 차도에 들어갈 뻔한 적도 있었으며, 한 손에 택배 박스를 들고 자전거를 타다가 핸들이 끼여 돌아가지 않는 바람에 넘어진 적도 있다. 취해서 집에 오다 넘어진 경우야 워낙 많아서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고, 차도와 자전거 도로를 가르는 방지턱을 보지 못해 그대로 날아 도로 한가운데에 떨어진 적이 두 번이며, 한껏 속도를 내서 오른 오르막길 다음에 계단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자전거 탄 채로 다다다다 내려와 울타리를 박고서야 멈춘 적도 있다. 사실 마지막 예는 내가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아 두고두고 자랑스레 얘기하는 무용담이 되었다.  


휴가 간 프랑스에서도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사고의 좋은(?) 점은 다쳤어도 결국 다시 타고 집에 와야만 한다는 것이다. 넘어져서 턱이 까졌든 무릎이 깨졌든 자전거를 버리고 갈 순 없고, 그래서 무서워도 다시 안장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깊이 남을 틈이 없다. 나는 미국에 있을 당시 운전하다가 크게 전복사고가 났었는데, 그때 이후로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거의 운전하지 않고 하게 되더라도 굉장히 긴장하게 되었다. 암스테르담으로 이사 온 후에야 트라우마 운전 수업을 따로 받았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큰 사고 후에는 최대한 빨리 다시 운전석에 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셨다. 그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나의 경우 사고 후 몇 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운전이 더욱 어려웠던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이쯤에서 정리하는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 잘 타는 팁", 그 첫 번째이자 마지막은 바로 약육강식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복잡한 길에서는 나름의 표식도 있고 큰길이나 오른쪽에서 오는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 등의 규칙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가장 로컬 같고 겁먹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 로컬 같다는 말은 즉 핸드 브레이크가 있는 자전거 이용과 보호구 착용은 금지라는 얘기다. 빨간불에 멈춰서도 안되고, 아무리 내가 양보받아야 할 순서라도 멈칫하는 순간 밀려난다. 한 손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거나 심지어 핸들에 손도 대지 않고 탈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암스테르담이라는 자전거 정글에서 육식동물급이다. 아래는 암스테르담 익스팻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필명 Amsterdam shallow man이라는 영국인의 우스갯소리 포스팅이다. 씁쓸하면서도 너무나 공감되는 내용에 친구들과 돌려 보면서 얼마나 배꼽 빠지게 웃었는지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이 싫어서 간 아르헨티나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