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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호지방이 May 06. 2024

MC몽

 촬영 감독에게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외향적인 성향의 그는 늘 이런 류의 거대한 질문으로 빈 오디오를 메꾸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런 그가 나는 영 귀찮고 불편하다. 흠. 조용히 밥을 먹고 싶은데. 갑자기 꿈이라니. 아저씨들은 왜 꼭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 걸까. 괜한 반발심이 들었다. 집에 가고 싶은 게 제 꿈인데요? 이런 식의 삐딱한 대답을 국밥과 함께 삼켰다. 내 꿈이 왜 궁금할까. 조용히 국밥을 먹고 싶었는데 머리가 시끄러운 질문을 받고 말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서른넷을 먹고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문제기도 했고.      


 꿈이 무엇이냐니. 국밥을 삼키며 마지막으로 꿈에 대한 질문을 받아본 게 언제였는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 그 누구도 아저씨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진 않는다. 아저씨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지 받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 적어도 촬영 감독에게 내가 아저씨는 아니구나. 그저 그런 스몰토크인데 예민해질 필요는 없지.      


 근데 정말 내 꿈은 뭔가.

 어린 시절 보았던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꿈은 없고요. 놀고 싶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란 간사해서 놀고 있으면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고. 생산적인 활동에 너무 시달리고 있다면 놀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던가. 지금은 생산적인 활동에 너무 절여진 나머지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자연스레 연상됐다. 하지만 그게 내 꿈은 역시 아닌 듯하다.     


 어릴 때, 꿈이라고 하면 ‘무엇’이 되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면 정규직이 된다든가. 입봉을 한다든가. 메인을 잡는다든가 등등등. 요즘 느끼는 건 ‘무엇’이 아니라 ‘어떤 상태’가 되는 게 꿈인 것 같다.      

 예를 들면 ‘걱정 없는 상태가 되는 일’ 따위 말이다. 그건 단순히 ‘무엇’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걱정 없이 살려면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야 하며,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도 충족되어야 할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고. 그 모든 게 가능할 리가 있나. 그건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꿈이라고 부르는 걸 수도 있고.      


 촬영 감독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내가 귀엽다는 듯 껄껄 웃었다. 웃어......? 그렇다면 감독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나는 그에게 되물었고. 촬영 감독은 이만 집에 가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제발 집에 보내 달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애석하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다음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으니까.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그와 내가 한 팀이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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