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평생 용서할 수 없다. 네가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던 순간, 나는 평생 가본 적 없던 고급 일식집에서 부모님에게 첫 술을 배우고 있었다. 당시엔 꽤나 가격이 있던, 청하라는 술이었다. 아마 너는 모르겠지. 뒤졌으니. 네가 아는지 모르는지 상관없지만 난 그 이후로 청하를 먹지 못한다. 니 놈의 장례식장에서 먹은걸 다 게워낸 이후로.
난 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학교에서 친한 무리를 꼽으라면 꼭 언급되는 사인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몰려다녔다. 야자를 째고 피시방도 가고, 주말엔 모여 빈교실에 들어가 무도를 보며 퓨탕을 시켜 먹고. 걸려서 단체로 빠따도 맞고. 웃기지만 그런 시간이 나는 참 좋았다. 미래가 어찌 되든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추억이 평생 낙인이 될 줄은 그땐 몰랐다. 항상 넷이었던 우리가 그 이후로 모이는 날은 없었다.
네놈이 말 한마디 없이, 졸업식날 애타게 찾아도 유서 하나 없이, 세상을 뜨기로 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나지 않았다. 현실감이 없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세 놈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나는 그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울고 있는 너의 어머니와 이버지를 보며, 먹던 청하를 다 게워냈다. 그래도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네놈이 자살한 이유는 성적비관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나는 생각했다. 그럼 나도 너의 죽음에 지분이 있는가. 놈과 가장 친했던 우리가 상위권이었으니까. 당시에 내가 너에게 습관 삼아했던 말은 강원도에 남느니 자살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너를 죽인 건 다름
아닌 나인가. 내가 너를 죽였나. 무엇보다 너와 우리의 우정이 그 정도였나. 어떻게 이렇게 알 수가 있나. 어린 시절의 나도, 그리고 지금의 나 역시 여전히 너를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너의 빈소에 단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앞으로도 찾아가지 않을 것이다.
너는 평생 나를 그런 지옥 속에 살아가게 했다. 그 지옥 속에서도 나는 잘 먹고. 잘 사랑하고. 잘 울고. 잘 하소연하고. 잘 울고. 잘 살 거다. 너를 죽을 때까지 원망하면서 그렇게. 나에게 평생이 가도 지워지 않을 물음표를 남긴 너를.
다시는 생각조차 하지 않겠다 다짐한 너를 오늘 떠올리고 말았다. 너 때문에 산산조각 났던 우리 넷 중 한 명이 용기를 낸 덕이다. 네가 떠난 지 14년이 됐는데. 이제야 우리가 근황을 주고받았다. 그도 이제 곧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 그리고 연락은 하지 못했지만 늘 보고 싶었다는 소식이 나를 한번 더 무너지게 했다. 그리고 기어이 또 니 놈 생각이 났다.
용서할 순 없지만 미치도록 보고 싶은 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