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만 지켜줘 *2일차
01.
어린 시절 나는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다. 학원을 끊어주면 답안지를 베껴 내거나 농땡이를 부렸기 때문에 학원 보내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것저것 운동을 많이 시켜 주셨다. 7살부터 오빠와 함께 수영을 시작해서 초등학교 2학년 즈음엔 오리발 신고 어른들과 함께 고급 반까지 마쳤고,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스키를 탔다. 친구들이 피겨 스케이팅을 배울 때 나는 오빠와 함께 스피드 스케이팅을 배웠고, 발레에서 다리 찢는 법을 배울 때 나는 태권도장에서 발차기를 배웠다. (오빠를 둔 여동생의 삶이란...)
초등학교 3년 동안 육상부에 속해 있으면서 전국 대회에도 참가했고, 체육대회가 열릴 때마다 계주 대표로 출전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동네를 누비며 누구보다 건강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마 그렇게 온몸으로 운동하는 시절을 보낸 덕분에 처절했던 고3 시절을 무사히 버텨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고 혼자 서울로 올라온 그날부터 걷고 숨 쉬는 것 이외에 운동이라는 걸 완전히 잊고 살았다. 헬스장을 등록하면 1달 동안 2번 이상 간 적이 없고, 요가를 시작한 다음 날 온몸이 후들거려 다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나마 흡연, 음주, 군것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고 다녔다. "나는 자연인이야. 몸에 좋지 않은 건 안 해. 그렇다고 딱히 몸에 좋은 것도 하지 않지."
자취를 시작하면서 편의점 또는 한솥에서 파는 인스턴트 도시락을 사 먹는 날이 많아졌다. 몇 년 동안 아침은 거의 먹지 않고 점심 또는 저녁 중 한 번은 폭식을 했다. 20대 초반에는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해 잘못된 식습관을 계속 유지했다. "아직 젊으니까 괜찮아"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20대 중반이 지나고 몸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몸이 뻐근했고, 저녁에는 녹초가 되고 다리는 퉁퉁 부었다. 주말엔 기력이 없어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좀비처럼 시간을 보냈고, 아무리 많이 자도 체력이 보충되지 않았다. 수년간 방치된 내 몸이 관심 좀 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저질체력"이라는 단어는 남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내가 저질체력의 표본이 되어 있었다.
02.
고등학교 이후 체력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어 인바디 측정을 어디서 받아야 할지 막막했다. 회사 헬스장에는 인바디를 측정할 수 없다고 하여(-_-) 검색하던 중 <국민체력 100>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무료로 인바디 측정+체력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대신 한 번 받으면 8주가 뒤에 다시 측정할 수 있다. 이참에 제대로 된 체력검사를 받아보기 위해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망원역 1번 출구에 내려서 마을버스 09번 타고 몇 정거장 가니 마포구민체육센터가 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건물도 크고 시설도 굉장히 좋았다.
4층으로 올라가면 테라스가 보이고, 그 옆에 <마포체력인증센터>가 있다. 서류 작성 후 혈압 → 키/몸무게 → 인바디부터 측정했다. 가만히 서서 손잡이만 잡고 있었는데 골격근량, 체지방량이 측정 되다니, 정말 신기하다. 같은 시간에 검사를 받게 된 어머님 한 분과 함께 담당자를 따라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갔더니 넓은 헬스장에 한 켠에 체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이 비치되어 있었다. 총 6개의 측정항목으로 검사가 진행되었다.
1. 상대악력 : 기구를 들고 손에 힘을 꽉 준다.
2. 교차윗몸일으키기 : 다리를 고정시키고 1분 동안 윗몸 일으키기를 최대한 많이 한다.
3. 앉아 윗몸 앞으로굽히기 : 다리를 쭉 뻗어 팔을 최대한 앞으로 밀어낸다.
4. 제자리 멀리뛰기
5. 10M 4회 왕복달리기 : 10M를 왕복하면서 빨간색 버저를 누른다.
6. 왕복오래달리기 : 왕복 달리기를 할 수 있는만큼 최대한 오래 한다.
담당자가 50대 어머님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임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반면에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체력을 측정했다. 체력평가 후 3등급 이상을 받으면 인증서와 메달을 준다고 하여 최선을 다했더니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03.
그래서 체력평가 결과는? 걱정했던 것보다 몸 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 하긴 거의 10년간 운동이랑은 담을 쌓고 살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국민체력 100> 인바디 & 체력평가
국민체력 100 인바디 측정 결과 5/2
인바디 측정 결과, 체중에 비해 골격근량은 너무 낮고 체지방률은 너무 높다. 설명에 따르면 골격근량이란 뼈에 붙어있는 근육을 의미하는데, 근육량이 표준보다 훨씬 적고 그 공간을 지방이 채우고 있다고 한다ㅠㅜ 하체 근육은 걷기/서있기 등을 통해 근육이 표준으로 발달되어 있지만, 팔이랑 복부 근육은 표준 이하로 발달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근육은 지지리도 없고 지방만 있는, 마른 비만형이라는 거다. 나처럼 저체중에 근육량은 적고 삼시 세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 골다공증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체력평가 결과, 운동체력(민첩성, 순발력)은 좋은 편이나 기초체력(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은 표준 이하다. 윗몸 일으키기나 악력에 자신이 없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등급으로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심폐지구력이랑 유연성! 오래달리기에 자신이 없어 담당자에게 평균 몇 개 해야 하는지 물어봤는데 30~35회 정도는 반복해서 뛴다고 했다.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 31회 채우고 쓰러졌는데, 턱걸이로 평균을 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연성이다. 결국 유연성 항목이 과락(?)하여 인증등급도 받지 못하고 <참가증>만 받게 되었다.ㅠㅜ 8주 뒤에는 기필코 인증등급을 받아야지!
측정 결과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뒤 조언을 구했다."앞으로 체력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죠?"
(1) 주 3회 1시간 이상 운동하기. 유산소 운동보다는 짧은 시간에 숨이 차는 서킷 트레이닝 추천.
(2) 운동 전후 스트레칭은 필수.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이 아픈 상태로 10~20초 버티기.
(3) 운동 후 30분 이내 단백질 섭취하기.
(4) 숙면 및 금주
(5) 굶지 말고 3끼 잘 챙겨 먹되 단백질 위주로 먹고 짜게 먹지 않기.
(6) 물 2L 이상 마시기
04.
태어나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내 몸 상태를 들여다본 적이 있을까?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내 몸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ps. 다이어트 배틀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다시 한 번 인바디를 측정했다. 1시간 간격으로 받았더니 오차는 거의 없음. 횟수 제한 없이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아주 좋은 제도인 것 같다.
09:30 : 체력측정 받기 전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먹은 롯데리아 데리버거세트. (2/3 먹음)
13:30 : 너무 더워서 폴바셋에서 물이랑 유기농 요구르트 먹으면서 휴식.
16:30 : 오므라이스 + 샐러드 + 콩자반 + 김치. 운동가기 1시간 전에 미역국 정식을 먹고 싶었으나 문이 닫혀 있어서 맛없는 오므라이스 먹음 ㅠㅜ
21:00 : 운동하고 구운달걀 1개
▶ 식단이 많이 부실하고 아직 관리가 잘 안 된다. 아직 식단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
지니와 함께 읽는 공동독서 - 생존체력
책에 나와있는대로 하루 10분+알파 서킷트레이닝을 시작했다. ① 버피테스트 1분이면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여 해봤더니, 나는 1분 동안 14개 겨우 끝냈다. 여성 15개 이하면 <주말에 등산하는 할아버지보다 못한 체력> 라고 하는데, 정말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구나.
생존체력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낮은 레벨을 선택했다. ② 30초간 스쾃을 하고 30초간 쉰다. 10분 동안 실제 운동하는 시간은 5분, 총 소요시간은 10분이다. 글로만 읽으면 어렵지 않은 운동인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면 30초 쉬고 다음 30초가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3세트 정도 됐을 때부터 허벅지 바깥쪽은 이미 터질 것 같았고, 7세트부터는 무슨 정신으로 스쾃을 마무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스쾃만 했는데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후끈후끈 열이 났다.
③ 앉아 윗몸 앞으로굽히기 30초 x 3세트, 온몸 스트레칭 10분
과거를 알고 싶으면 현재를 보면 되고,
미래가 궁금하면 현재를 보면 알 수 있다.
- 「완벽한 하루」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