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만 지켜줘 * 1일차]
01.
”나 지금 하계역인데 눈앞이 안보여. 기절할 것 같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다 오른쪽 발목을 심하게 접질렀다. 한 두번 있었던 일도 아닌데 이번에는 그 충격이 컸다. 살짝 주저 앉았다가 바로 일어났는데 눈 앞에 캄캄해지면서 금방 토할 것처럼 속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빙빙 돌았다.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사람이 올라오는 것이 보여 마지막 힘을 쥐어짜 계단을 올라가 출구 옆에 있는 화단에 아무렇게나 걸터 앉았다.
이 고통이 얼른 지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렸지만 눈 앞은 여전히 지지직 거리는 티비 화면처럼 보이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은 어지럼증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남자친구에게 SOS를 요청했다. 일요일 아침, 늦잠 자고있는데 갑자기 “눈 앞이 안 보인다. 기절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으니 얼마나 황당 했을까.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는 그는 “무슨 일이야? 렌즈 빠졌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상태가 심각한 걸 눈치채고 곧장 차키를 챙겨 나왔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위기상황을 알렸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아니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충분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인지, 다행히 몸이 점차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사물이 다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심장박동수도 안정을 찾아갔다. 심호흡을 크게 하며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지만 도통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을 보니 발목을 접지르고 길거리에 거의 반 쓰러져 있은 지 15분이 지나 있었다. 죽지 않고(?) 살아나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119를 불렀으면 가는 중에 괜찮아져서 민망할 뻔 했다는 생각, 사물이 정상적으로 보이고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하다는 일인지에 대한 깨달음 등등… 만감이 교차했다.
02.
4월 30일, 다이어트 배틀 시작하기 바로 전 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길에 벌어진 일이다. 배틀을 앞두고 크롭티(배꼽이 보이는 티)를 입을 수 있을 정도의 몸매를 만들겠다며 <김사과 애플힙 다이어트> 책을 빌리고 <10일만에 11자 복근 만드는 운동> 유투브 영상을 즐겨찾기 하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내 몸은 아직 그런 거 신경쓸 때가 아니라고, 기초체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보니 2년 전에는 자전거를 들어 옮기려다 허리를 삐끗해서 남자친구에게 업혀서 응급실에 실려갔다 (나 때문에 참 고생이 많군 -_-). 침대에 누워 팔에 수액을 맞고 있으니, 이대로 허리 통증이 평생 없어지지 않을까봐 겁이 났다. ‘이대로 허리 통증이 계속되면 회사 다니기 힘들테니 그만 둬야겠지… 재활치료 하면 나을 수는 있을까? 평생 휠체어 타고 다녀야 하면 어떡하지?’ 다행히 척추에는 문제가 없어 통증이 사라졌지만, 완전히 괜찮아지기까지 2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고생 해놓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또 다시 불규칙한 수면, 부실한 식단, 숨쉬기 운동만 하면서 내 몸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해 왔다.
03.
5월 1일, 발목이 퉁퉁 부어 예약해 둔 체력측정 일정을 미루고 얼음찜질과 파스 붙이기를 번갈아 하며 발목 관리에 전념을 다했다. 누워서 유투브 영상을 보고 있는데, 연관주제로 <숨쉬기가 전부인 저질 체력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이라는 영상이 떴다. 새롭게 창업을 시작한 사람이 올해 안에 1조를 벌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처럼, 운동 안 하던 사람은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안되고 하루 10분이라도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을 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1주일 동안은 스쾃, 버피, 푸쉬업, 플랭크 4가지 운동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Rz7H5vPAOw&t=26s
5월 1일, 주말에 아무 약속도 없을 때 원래 먹는 습관 그대로 먹었다. 하루를 뒤돌아 보니 매끼 챙겨먹지도 않고, 식사는 도시락으로 때우고 대부분의 시간은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나.
11:36 : 아침은 건너뛰고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집 앞 카페에서 복숭아 아이스티 1잔
12:30 : 자취하면서 요리를 안 하기 때문에 혼자 먹을 땐 거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운다. 원래 다 먹을 수 있는데 오늘은 입맛이 없어서 절반은 남김.
16:00-19:00 : 명동에서 진행되는 강의가 있어서 다녀왔다. 그거라도 없었으면 하루종일 방콕할 뻔. 음료만 마시려고 했는데 이동하기 귀찮아서 저녁은 샌드위치로 때웠다.
21:30 : 집에 들어가면 잠만 자기 때문에 아침에 왔던 카페에 다시 왔다. 쿠폰 10개 채워서 기분좋게 아이스 카라멜마키아또 1잔을 마시며 글쓰는 중. 오늘 먹은 걸 정리하다보니 어제 그런 일 겪고도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다... 내일부턴 먹는 것도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
3P바인더 기록
- 「생존체력, 이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읽기
- 5/1~5/7 일주일 동안 기초체력 키우는 운동 집중하기
- 아침 6시 기상, 저녁 11시 취침
- 저녁 8시 이후 금식
- 물 1L 이상 마시기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당신이 옳다
- 헨리 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