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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테나 Sep 02. 2018

"공부 안 시키겠다!"는 말의 위험성!

"그럼 뭔가 다른 걸 시키실 건가요?"

 요즘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 중엔,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로,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생계 걱정 없이 평범하게 사는 삶에 만족하는 3,40대 학부모들이다. 그들은 한 때, 부모들의 출세지향적 학구열에 내몰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았던 경험이 있기에, 그것이 얼마나 행복하지 않은 일인지 알고, 남들보다 경쟁에서 앞섰다 해도,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아이들의 성적이나 학벌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자주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공부를 많이 해서 아는 게 많은 인재보다, 다양한 융합적 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가 각광받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공부 잘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을 것이란 생각 속에, "우리 아인 공부 안 시킬 거야!"란 말을 자랑스럽게 하곤 한다.


 하지만, 난 이 말이 매우 위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치열한 경쟁을 신물 나게 겪으며 살아온 그들의 머리 속에, '교육'과 '공부'라는 단어가 얼마나 왜곡된 의미로 인식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자,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생각해 봤을 때, 무책임한 태도를 키울 수 있는 위험한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공부는 성적을 위한 지식 위주의 공부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학교 등수에 크게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뭐든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공부하지 마! 공부 안 시킬 거야!"라는 말은,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관을 심어 줄 뿐만 아니라 학생으로서의 본분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키워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한 표현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모든 활동을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한 명의 정상적인 어른이자,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기초가 되는 지식과 가치관, 생활 태도까지를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활동을 '공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가치를 부정해 버리는 순간, 아이가 정상적으로 받아야 할 교육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워지고 만다. 특히나, 초등학생에게 공부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주어진 본질적인 업무이자, 체계적 교육과 사회화의 첫 단계라는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공부 안 시킬 거다"라는 부모의 무책임한 말은,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어, 학습하는 태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으니, 수업을 열심히 들을 필요도 없고, 수업을 열심히 들을 필요가 없으니, 나태하거나 방관하는 태도로 학교생활을 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식을 배우고 알아가는 데 호기심마저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생각하는 힘도 자라지 않을 것이고, 생각하는 힘이 없는 아이에게 창의적 생각의 확장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돼버리고 만다. 다시 말해, 어린 시절,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잘 못 된 삶의 태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심하게  말하자면, 창의적이긴 커녕, 그 어떤 교육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학생으로 자라게 될 가능성도 전혀 배재할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다.


나 또한, 학교 성적이나 등수에 집착하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느 부모님들이 그러는 것처럼, "공부만 잘하면 돼!"라는 교육관이나, 정반대 입장에 있는 "공부 안 해도 돼!"라는 교육관은 둘 다, 부모가 가진 공부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한 결과이며, 자신의 기대대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학부모 중심 가치관이라는 점에서 똑같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에게, "공부하지 마"라는 말과, 공부를 싫어하고 못하는 아이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럼, "공부 안 시키겠다!"는 말 대신, 부모들은 아이에게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면 좋을까?

어렵지 않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인식과 가치관, 태도를 키워주는 말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선택하게 하면 된다. 물론, 아이의 나이에 따라 해 줄 수 있는 말이 다르겠지만, 아이들에겐 기본적으로 왜 학교에 가는지부터 알려주는 것이 좋다. 학교에 가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에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체험하고, 배우는 곳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하나하나 어른이 되기 위한 지식을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인간관계와 바람직한 태도와 가치관을 교육받는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면,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자신이 미래에 원하는 일을 잘 찾을 수 있으며, 그것을 성취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공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된다. 배우러 간 곳이 학교이니 열심히 배우라든가, 공부는 재밌는 세상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이니까 재밌게 배우라든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잘 놀고 오라든가, 어떠한 태도로 공부를 해야 하고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 말들은 '공부 잘해야 한다'라든가, '안 시킬 거다'라는, 공부의 결과만을 강조하거나 부모 입장만 강조하는 말과는 전혀 다르다. 아이들 공부와 학교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처음 하는 사회생활에 기본적인 태도를 알려주거나 제시해 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처음 맞닥뜨린 사회생활에 대한 아이들의 관점과 태도는, 부모가 학교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관점과 태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다. 모든 면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아이보다, 긍정적인 생각과 노력하는 태도를 가진 아이들이 더욱 사회성 좋고, 교육적 효과와 성취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학교 공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학교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경쟁에 치여 다른 수많은 재미와 경험을 놓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본질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선생님이나 부모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아이들마다 재능이 다를 수 있는 학습의 성취도가 아니다. 기본적인 옳고 그름의 가치관과, 바람직한 태도와 습관,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과,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인간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특히나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곳이자, 세상을 살아가며 평생 동안 해야 할 '공부'를 처음 경험하는 곳이기에, 바람직한 가치관과 태도를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밖에 것들은 각자의 개성과 재능,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아이가 가진 과 개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교육적 경험과 미래의 목표를 제시해 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니, 아이들의 창의력과 행복을 위해 "공부 안 시킬 거다!"란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자! 당신의 의도와 달리 그 말은, 아이들 삶의 기본적인 태도와 가치관마저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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