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축구 Jul 28. 2021

2-10. 서른, 축구 하기로 결심하다.

기회

"축구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박민호 코치님께 이 이야기를 듣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기로 했다. 코치님은 저녁을 사주신다며 꽤 근사한 스테이크 집으로 날 데려가셨다. 아르헨티나에 와서 제대로 된 소고기 스테이크 집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꼬또(Coto)'라고 불리는 대형 마트에서 소고기를 사다가 직접 구워 먹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식당에서 먹은 적은 없었다.


소고기는 진짜 맛있었고, 박민호 코치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나를 흥분시켰다

<일반적인 정육점, 꼬또의 풍경. 소고기가 닭고기보다 싸다>


후가 도레스 리브레(jugardores libre)라는 팀이 있어


"후가 도레스 리브레(jugardores libre)라는 팀이 있어. 작은 독립구단인데 일단 거기서 뛰어봐. 일단 거기서 몸 만들고 거기 친구들이랑 테스트도 보러 다니고 해 보는 게 어때?"


 한국에도 'TNT'라는 팀이 있다. 주로 축구선수를 하다가 무적 신분이 되는 선수들이 다음 단계를 위해 몸을 만들고 연습 게임도 많이 하는 팀이다. 아르헨티나 현지에 TNT 같은 팀에 나를 넣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매일 오전에 훈련이 있으며 감독과 코치도 있는 제대로 된 팀 다운 팀에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의 축구가 드디어 시작되는구나!'


박민호 코치님은 그 구단과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대로 연락을 주시겠다고 했고, 나는 연락을 애타게 기다렸다. 숙소에 있던 가브리엘과 같이 러닝을 뛰고, 볼 감각 훈련을 했다. 새로 들어가는 팀에서 첫인상을 좋게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이틀 정도 지내고 있는데 박민호 코치님께 연락이 왔다.


"축구야 3주 기다려야겠는데? 여기 6월에 프로리그 포함해서 모든 리그가 겨울이 추워서 멈춰. 이번 주까지 훈련하고 3주 쉰다는데 차라리 3주 뒤에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이상하게 영상 2~3도에도 난 추위를 느꼈다>


'아니 추워봐야 영상 2~3 도인에 이게 춥다고?'라고 생각했었다. 몇 분 후에

나는 안도했다. 조금 더 나를 가다듬고 이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아르헨티나로 떠나오기 전, 너무 떨리는 마음으로 내 곁에 두고 싶어 했던 친구, 기획자 유태형이었다. 대뜸 통화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통화 연결 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친구가 내게 말한 첫 문장은 이랬다.


-야 네가 필요해

"어 말해 도와줄게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아니 너 한국 와야겠다

"뭔 개소리야. 내가 한국을 어떻게 가~ 나 지금 아르헨티나야"

-아는데, 너 한국 와야겠다 3주만 일하고 가라

"아니 친구야. 나 아르헨티나 라니까?! 여기 지금 저녁 10시야. 

  거긴 몇 시니? 아침 10시지? 그게 의미하는 게 뭘까? 난 지구 반대..

-피구가 한국을 온데! 축구를 잘 아는 기획자가 필요해!!!

"루이스 피구!?????????????"


그러니까 레전드 루이스 피구가 한국에서 행사가 있는데 내가 필요하다는 거야?!


이전 09화 2-9. 서른, 축구 하기로 결심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