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게 진심을 담아.
박민호 코치님의 존재를 알고 나서는 바로 연락할 방법을 찾았다.
이따 금식 교류가 있었던 교민들에게 물어봤지만 존재 정도만 알뿐, 그분들도 연락처를 알지 못했다.
나는 페이스북을 뒤지기 시작했다.
찾았다!!
광복을 맞은 독립군의 기쁨이 이런 것일까? 프로필 사진과 게시물의 내용을 보니 그분이 틀림없었다. 나는 메모장을 켜고 메시지를 보낼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이 흥분상태에서 바로 메시지 창에 뭔가를 적다가 실수로 전송이라도 된다면 나의 진심과 절실함이 오염될 것 같았다. 게다가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넘었다. 실례일 수 있으니 내일 오전 중으로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밤늦게 까지 짧은 글을 몇 번을 고쳤다. 겸손하게 진심을 담아 글에 꾹꾹 눌러 넣었다.
메시지를 보냈다. 웃기게 들리겠지만 메시지 전송 시간도 신경 썼다. 이르지도 또 늦지도 않은 오전 9시 50분에 보냈다. '페이스북 친구 신청'과 함께...
그만큼 절실했고, 어떤 답이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전에 보낸 메시지의 '수신확인'을 몇 번이고 했다.
'그래 오전 시간에는 바쁘실 거야'
'점심시간에는 핸드폰 한번 안 보시나?'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드시겠지?'
이른 저녁을 먹을 때까지 내 메시지는 읽히지 않았다.
'그래 어떻게 한 번에 이렇게 연락되겠어. 분명 연락드릴 다른 방법이 있을 거....
.
.
.
.
야아 아아!? 읽었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쓰는 중'이라는 의미가 담긴 "..."이 떠 있다. 제발..
답장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했다.
일단 만나 주겠다는 답변이었다. 역시 도움 또는 조언을 구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들어는 준다.
이때, 또 한 번 경험했다. 절실하게 원하는 도움 또는 조언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어떻게든 연락해보자
난 그렇게 박민호 코치님을 만나게 되었고, 앉은자리에서 축구 이야기만 세 시간 정도 했다. 물론 그 이야기 속에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어떤 도움을 바라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역시나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축구"였다. "아르헨티나 축구"였다. 박민호 코치님과 나는 진심으로 축구를 사랑했다.
'사랑'하는 대상이 같으니 대화는 끝날 줄을 몰랐다.
박민호 코치님은 아르헨티나 축구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르헨티나로 넘어와 10년 넘게 계시면서, 중소 클럽의 유소년 코치부터 여러 직책을 거쳐 현재는 한 클럽의 이사로 계셨다.
(현재는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직접 구단을 창단하신 구단주가 되셨다)
축구를 통해 박민호 코치님과 감히 동질감을 느꼈다. 난 대화가 끝날 때쯤에 이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도움을 못 받아도 상관없다. 이 사람과 오래 알고 지내고 싶다'
커피 한 잔을 세 시간 동안 마신 후, 또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며칠 뒤 난 이런 연락을 받았다.
"축구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