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국
사실 유태형이라는 친구는 내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확신한다 그 친구는 내가 없어도 이런 행사 기획쯤은 거뜬히 해냈을 것이다. 그 친구가 가진 능력과 인맥이라면 충분히 멋진 행사를 만들었을 것이다. 친구는 내게 비행기 티켓과 돈까지 줘가며 일을 제안했다. 이런'기회'를 통해 응원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번의 고사 끝에 한국행을 결정하고 바로 이튿날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LA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가는 최단 시간의 비행이었지만, 그래도 40시간이 넘게 걸리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다시 올 것이니 한국에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잘 정리해서 교회 권사님께 맡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몇 달만에 돌아온 한국은 반갑기도 했지만 어색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가 내가 있었던 아르헨티나와 확연히 달라 어색했다. 불과 3~4달이 흘렀을 뿐인데, 한국이 어색하게 느껴지다니 생소했다. 이전에는 못 느꼈던 한국의 모습이 보였다. 대화 보단 침묵이, 웃음 보단 무표정이 더 많이 보였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찾았고 바로 일을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해야 하는 일의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유는 클라이언트였다. 클라이언트는 중국의 스포츠 관련 코인 회사였다. 그 회사가 피구를 아시아로 불렀고, 아시아에서의 일정 중 한국에서의 행사를 내 친구의 회사가 담당하게 되었다. 난 그 행사의 궤를 짜고 진행하면 되는 아주 심플하고 명확한 일이었다. 그런데 클라이언트인 중국 쪽의 말이 계속 바뀌어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기획'
난 이 일을 '기를 써서 한 획을 긋는다.'라고 정의한다.
기를 쓰려고 왔는데, 자꾸 그 판이 바뀌니 획을 그을 수 없었다.. 이 일을 맡긴 친구도 나도 서로 힘들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