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피구와 와인 한 잔.
중국 측 클라이언트 말이 계속 바뀌어, 내가 일해야 하는 범위는 결국 작아졌다. 내가 짜 놓은 '기획'들은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행사의 사회자는 친구 '코미꼬'로 결정됐고 진행되었다.
한국에서 보통 외국 셀럽 또는 귀빈을 모시는 행사를 하면 전문 사회자와 통역이 붙는다. 정말 능력 있는
아나운서 전현무 같은 사회자 조차도 외국어로 질문을 할 때가 있지만, 그 대답을 동시에 통역까지 하면서 행사까지 진행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친구 '코미꼬'가 이 제안을 했다.
"피구가 상관없다면, 스페인어로 진행해도 될까? 그럼 나 혼자 사회, 통역을 하고 싶은데?"
-피구가 포르투갈 사람이지만, 스페인에서 오래 활동했고 언어도 비슷하니까 물어봐볼까?
"그래 물어봐 줘. 난 그 통역을 위한 잠깐의 시간에 '마'가 뜨는 게 싫어"
-'마'? 아 잠깐 침묵되는 시간? 그런 건가? 그런데 행사 초대된 사람들이 다 한국인인데 괜찮아?
"해봐야지. 근데 준비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곧바로 클라이언트 측에 문의했고, 다행히 피구 측에게 상관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행사 날이 다가왔고, 내 친구 코미꼬 김병선은 통역 없이 홀로 무대에 섰다. 그리고 1시간 넘는 행사를
홀로 멋지게 해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그 누가와도 이보다 잘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행사를 지켜보는 내내 기획자로서 내 친구 코미꼬를 데려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친구를 믿었지만, 이렇게 까지 행사를 잘 해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