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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축구 Dec 14. 2021

2-12. 서른, 축구하기로 결심하다.

루이스 피구와 와인 한 잔.

 중국 측 클라이언트 말이 계속 바뀌어, 내가 일해야 하는 범위는 결국 작아졌다. 내가 짜 놓은 '기획'들은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행사의 사회자는 친구 '코미꼬'로 결정됐고 진행되었다.

그 무렵 코미꼬 김븅순과 나


 한국에서 보통 외국 셀럽 또는 귀빈을 모시는 행사를 하면 전문 사회자와 통역이 붙는다. 정말 능력 있는
아나운서 전현무 같은 사회자 조차도 외국어로 질문을 할 때가 있지만, 그 대답을 동시에 통역까지 하면서 행사까지 진행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친구 '코미꼬'가 이 제안을 했다. 


"피구가 상관없다면, 스페인어로 진행해도 될까? 그럼 나 혼자 사회, 통역을 하고 싶은데?"

-피구가 포르투갈 사람이지만, 스페인에서 오래 활동했고 언어도 비슷하니까 물어봐볼까? 

"그래 물어봐 줘. 난 그 통역을 위한 잠깐의 시간에 '마'가 뜨는 게 싫어"

-'마'? 아 잠깐 침묵되는 시간? 그런 건가? 그런데 행사 초대된 사람들이 다 한국인인데 괜찮아?

"해봐야지. 근데 준비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곧바로 클라이언트 측에 문의했고, 다행히 피구 측에게 상관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행사 날이 다가왔고, 내 친구 코미꼬 김병선은 통역 없이 홀로 무대에 섰다. 그리고 1시간 넘는 행사를

홀로 멋지게 해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그 누가와도 이보다 잘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친구는 통역 없이 홀로 이 행사를 완벽 그 이상으로 진행했다.


애프터 파티에서 피구와 대화를 나누긴 나눴는데 너무 떨려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는 행사를 지켜보는 내내 기획자로서 내 친구 코미꼬를 데려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친구를 믿었지만, 이렇게 까지 행사를 잘 해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난 다시 아르헨티나로 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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