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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축구 Jul 19. 2021

2-8.서른,축구하기로 결심하다.

도움 요청.

 침대에 누워만 있는 날들이 계속됐지만, 절대로 '포기'하고 돌아가지는 않기로 마음먹었다.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했다. 아르헨티나로 넘어오면서 했던 긴장이 풀리고, 팀을 구하지 못하는 시간들에 스트레스가 겹쳐져 아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시간도 돈도 여유 있으니 천천히 생각하자. 조급한 마음과 고민은 아무 도움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한인 교회를 알아보다 알게 된 김승근 권사님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도움을 요청했다.  


"권사님 제가 너무 아파요.. 제가 스페인어를 못해서 그러는데 병원을 데려가 주실 수 있나요?"


권사님은 안부를 물으시더니 곧바로 아드님 부부를 내게 보내셨다. 알고 보니 며느님은 의대를 나온 의사셨다.

(지금은 권사님의 일을 돕고 계신다고 했다.) 응급실로 날 데려가고 접수시키고, 내 말을 통역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피검사, 오줌 검사를 하게 됐다. 그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음 


그리고 병원에서 아주 강한 진통제를 추천받았다. 난 추천받은 진통제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진통제 덕인지 조금 괜찮아졌다.


'숙소가 문제인가? 허름하고 저렴해도 항상 청소는 잘해주는데.. 식기가 오래되고 더러워서 그런가?'

<오래되고 더러운 식기들>

아픈 동안 만이라도 숙소를 옮겨보자고 생각했다. 돈을 조금 쓰더라도 아픈 게 나아진다면 그게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에어비앤비를 켜고 숙소를 찾아봤다. 현재 숙소는 센뜨로와(도심지 중심) 지하철로 4~50분 거리였고 하루 5~6천 원에 아침에 빵과 커피를 줬다. 


 도심지 한가운데 하루 만 오천 원 정도의 아파트를 찾았다. 주인과 거실과 부엌을 공유하고, 방 하나를 쓰는 조건이었다. 조건에 비해 저렴했다. 나는 보름을 예약했고 곧 연락이 왔다. 영어를 잘하는 친구였고, 직업은 코미디언. 역시 축구를 엄청 좋아하는 내 또래의 친구였다.

<숙소를 나오기 전날>

 숙소는 도심지 한가운데였기 때문에,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구경하기 너무 좋았다. 특히 이전 숙소 근처는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밤에 돌아다니는 게 조금 무서웠다. 센뜨로를 나갔다가도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왔다.


나는 아파트 주인인 친구에게 물어봤다.



"혹시 내가 밤에 돌아다녀도 괜찮을까?"

-그럼! 나도 맨날 나가서 밤에 술 마시는데?

"나는 아시아인이잖아. 관광객처럼 보이면 

 위험하지 않아?"

-(위아래를 훑으며) 아니, 니 꼬라지를 봐.








 그때부터 난 밤 산책을 즐겼다. 혹시 모르니 최소한의 돈, 이어폰 그리고 서브 폰을 들고 탱고 음악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닐었다. 두통이 오면 진통제를 먹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돌아다녔다. 멋진 풍경이 보이면 그 풍경이 지겨워질 때까지 앉아서 그 풍경들을 즐겼고, 분위기 좋은 펍이 보이면 들어가서 맥주도 한 잔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지의 한 성당>


다행히도 그렇게 두통은 사라져 갔다.


이제 이 아파트에서의 보름도 끝나가고 있었다. 건강이 호전되자, 다시 "축구"에 대한 갈증이 시작됐다.  

다른 방법이 딱히 없었던 나는 무작정 구글링 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남미 축구, 축구선수, 아르헨티나 축구팀, Argentina 축구 선수되는 법...


오만가지 말도 안 되는 검색어로 구글링 하다가 우연히 한 기사를 발견했다.

<이 기사를 통해 처음 박민호 코치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에 한국인 코치가 있어!?!??'


나는 상상도 못 했다. 

이런 곳에 한국인 코치가 있을 거라고는...... 흥분하며 박민호 코치님에 대해 구글링을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가셨으면 어떡하지? 아직 아르헨티나에 계신가? 어떻게 연락하지?

 도움을 요청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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