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우산 없는 산책길
우연히 지나가는 비를 만났어요
보슬보슬 가랑비는
가랑가랑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처럼
두 뺨 위를 스칠 뿐이라
다행이지 뭐예요
그래도
참 반갑지 뭐예요
뜨겁던 시절의 차갑던 실연
추적추적 빗길을 타박타박 걷던 기억도
오랜만이어요
어쩌면
내리는 비를 맞는 것이 아니라
흩날리는 비와 바람이 촉촉하게
나를 감싸며 어루만져 주는 것은 아닐지...
그러고 보니
궁금해져요
지금 이 비는
봄의 가는 비일까요?
여름의 오는 비일까요?
혹시라도
가는 비라면
가지 말고 곁에 있어 주길 바라요
오래
오래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