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새해에는 오미쿠지를 뽑아 한해의 운세를 봅니다.
大吉부터 大凶까지 7가지가 있다는데 여기저기 대길이 많은 나온 걸 보니 오미쿠지가
까짓 거 하며 립서비스를 남발하나 봅니다. 그런데 정말 한 해가 운세대로 풀리는 걸까요?
새해 첫날, 삿포로에서 제일 높은 산 전망대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하려 했는데 막상 매표소에 도착하니 '금일 운휴' 표지만 덩그러니 놓여있네요.
그냥 추운데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걸어서라도 올라가 볼까
고민 끝에 내가 뽑은 오미쿠지와 한번 겨뤄보려는 마음에 등산로를 택해 올라가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산에 오른 지 30분이 지나서면서부터는 한걸음 한걸음 뗄 때마다 무모했던 결정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왼발에 '춥다' , 오른발에 '배고파'.
게다가, 눈길이 자꾸 발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십리도 못 가 아직 4시인데도 해는 떨어져 버리고...
그래도, 겨우 정상에 다다르니 케이블카 휴무 덕분에 아무도 없는 전망대를 독점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관광객들이 바글거려 고막이 터졌을 텐데 삿포로의 백만 불짜리 야경을 오롯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이만하면 행운인가 생각하다가도
그러나, 역시 겨울산은 만만치가 않아서 하산할 때는 무한도전 슬립스틱을 연상케 했습니다. 눈길에 미끄러지고 데굴데굴 구르고.... 아예 엉덩방아채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느라 속옷까지 몽땅 젖어버렸습니다. 산속 날씨라 휴대폰 배터리도 쉬이 방전 돼버려 손전등도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다행히, 고마운 달님이 하얀 눈길을 비춰 주어서 이러구러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동네 목욕탕에서 너덜너덜 해진 몸과 마음을 담그고 나서 시원한 맥주와 따듯한 우동을 먹으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나의 하루는 운이 나빴던 걸까? 아니면 좋았던 걸까?
인생을 비유하자면 "하지만, 그러나" 같이 쓴맛과 "그래도, 다행히"같이 단맛이 섞인 반반 치킨 같은 거니까 결국 먹는 사람 스스로가 어떻게 음미하느냐에 달려있겠지요.
그렇다면 한 장의 종이조각이 아닌 자신을 믿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밖에요....
but, 모두의 올해 앞길은 항상 대길 아니, 눈길 속 꽃길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