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g Half in London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지는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now or never'의 마음이 생겨 즉흥적으로 런던 하프 마라톤을 등록을하고 5주간의 짧고 굵은 훈련을 시작하였다.
끈기가 없는 편에 속해, 장기간 훈련보단 훅 치고 빠지는 훈련이 내 급한 성격에 맞기도 하였다.
훈련중 슬슬 무릎과 장경인대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고, 이 장거리를 너무 대충준비하여 오히려 부상을 입고 끝나진 않을까 완주하진 못할까 하는 걱정들이 밀려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차 파업으로 인해 아예 참가조차 어려워질수 있기고 하였다.
어찌됬든 대회 당일날 오전까지, 이게 가능한건가? 싶은 의구심과 함께 겨우겨우 런던을 도착했다.
이른 아침 도착한 London Bridge, 15,000명의 참가자라는 명성답게 수 많은 러너들도 바글거렸다!
하프 마라톤에 참가가 처음인 나로써는 이러한 lively한 분위기에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가득찼고 마음 한 켠에 괜시리 뭉클하기도 하더라.
허둥지둥 가방을 맡기고, 출발지를 향해 Tower Bridge를 건너며 '세상에 내가 여기를 뛴다고?' 라는 마음이 절로 나왔다.
때 마침 차가운 아침공기와 강가에 비치는 햇볕, 그리고 펼쳐진 런던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나를 설레게 하였다.
설렘과를 별개로, 생각보다 오래된 기다림에 지루함을 느낄 무렵.
올림픽 선수 Mo Farah를 비롯한 수 많은 Profesional marathoner들이 힘껏 달려나갔다.
그 찰나에 순간, Mo Farah의 마지막 경기라는 이야기와 그들의 수 많은 노고 그리고 노력이 전해져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훈련하고 절제하며 달려왔을까. 나의 비루한 5주 훈련에 비해 ㅋㅋ 이루말할 수 없는 수년간의 노력과 그 꽃을 피우는 오늘이라는 경기를 생각하며 알게모를 감정에 휩싸였다. 대단하다.
여튼, 그렇게 나의 하프도 시작하였다.
첫 2-3km에서 signal을 잃어, 애플워치에서 시간 기록이 좀 꼬였다. 그 바람에 시계에 의존하며 페이스 조절하는게 어렵게 되버렸다. 감으로 편하게 달려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주변에 응원과 함께 달리는 러너들에 의해 나도 모르게 빠르게 시작해버렸다. 첫 10km까지는 대강 5:10/km의 속도로 달렸고, 아드레날린에 의해서인지 이 속도가 전혀 빠르게 느껴지지않았다.
차 없이 마구 달릴 수있는 런던은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고, 줄지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응원하는 모습들에 자신감은 더더욱 솓아 이렇게라면 정말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 몸은 진실했다. 그 엉킨 페이스는 16키로부터 뼈져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점점 더 몸은, 특히 다리는 더 무거워지고 발목, 무릎, 엉덩이 모든 부위 통증이 밀려왔다.
원래 계획은 16km까지 가볍게뛰고, 16km 이후부터 속력을 붙이기였으나, 이러한 통증들로 인해 달리기는 커녕 매 키로마다 느려지기 시작했다. 정말 걷고 싶더라. 1분만 쉬어볼까 하는 유혹이 몇번이나 들었다.
그럼에도 어쨋든 완주는 하고싶고, 이왕 완주할거면 차라리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에 계속 뛰기 시작했다. 주변에서의 응원은 나의 포기를 어렵게 하기도 하였고?
포기하지않고 뛰다보니 1시간 54분안에 하프완주 성공!!!!
끝났다는 안도와 해냈다는 감격과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가득 가득 가득했다.
Runner's high가 이런거구나, 끝나기가 무섭게 또 하고싶더라. 힘들었던 기억들은 일부분으로 편집해 버리고 그 희고애락을 자꾸 러닝에 대해 말하고만싶다. (+그래서 이렇게 브런치까지 시작)
첫 대회였는데, 경쟁심보단 함께달린다는 마음에 모든게 너무 좋았고 오히려 더 쉬웠고 아름다웠다. 마치 뭐에 홀린것처럼 정말 행복했다.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Greeniwch 공원에 누워 런던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너무 뿌듯해서 자꾸 나의 기록을 보고 또 보고, 내가 뛰었던 루트를 돌려보고, 마치 런던을 정복한것만 같은 격한 성취감에 휩싸였다.
이 더운 날, 나를 찾아 응원해주겠다며 사람들 바글거리를 런던의 거리를 누비며 뛰어다는 우리 돔. 고마워
끝난자의 미소. 고생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때, 우리를 맞이한 너무 아름다운 선셋.
완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