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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하 Dec 06. 2023

그래서 동구네

동구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울산은 겨울 날씨가 어때요?"

떡볶이 일인분을 시키며 주인 아주머니에게 가볍게 날씨를 여쭤봤다.

아주머니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자기도 울산토박이가 아니라며 그냥 웃고 마셨다.

결례가 되는 질문이었을까 생각했을 때쯤 아주머니가 아저씨 손님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이분에게 물어봐요."

그래서 다시 물었다.

"울산은 겨울 날씨가 어때요?"

사투리라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대략 이런 말씀을 들려주셨다.

"동구 살기 좋아요. 예전에 박정희 때 미군이 울산 동구를 달라고 했는데, 박정희가 거절하며 동구를 조사하라 지시했어요. 그래서 용산을 준 거지...(중략)그래서 현대 정주영이가...."

아저씨가 한참 말씀을 이어가실 때쯤 어디서 나타난 아저씨가 자리에 앉아 어묵 국물을 떠 마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군대를 춘천으로 갔는데, 영하 19도야. 무척 추웠어."

이야기의 흐름은 갑자기 당시 군대의 열악함으로 흘렀다가 한참을 흘러흘러 다시 울산 날씨로 돌아왔다.

"울산은 여름에도 별로 덥지 않고 겨울에도 춥지 않아요. 눈 보기도 힘들어요. 특히 동구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어요."

주인아주머니가 가만히 듣다가 한마디 보태셨다.

"그래도 남구보다 시설이 없으니까 쇼핑하고 그러려면 남구가 좋지요."

나도 소심하게 한마디 보탰다.

"남구에 사시는 분들은 동구 살면 외로울 거라고 하시던데, 제가 볼 때는 남구나 동구나 밤 되면 깜깜해지는 것은 똑같던데요."

"아가씨는 어디서 왔는데요?"(아가씨라니!)

"저는 서울이요."

그러자 모두 하하하 웃었다. 

"서울하고 비교하면 아유, 거기서 거기다. 그래도 놀러 갈 거면 부산에 가요. 부산이 놀기엔 좋지. 난 부산서 쭉 살다가 여기에 4~5년쯤 전에 왔어요."

주인아주머니의 고향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동구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그래서 동구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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