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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Mar 23. 2023

김형경이 말하는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

소설가 김형경 선생님의 강연을 하나 더 들었다. 9년 전에 경향신문 주최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을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소개한 것이다. 오늘도 깨달은 바가 많다. 이분의 말대로 우리 모두 어른이 될 수 있어야겠다. 


이분은 35살쯤에 중년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심리적 위기와 혼동을 겪게 되었다. 이때 불안했고, 작은 일에도 크게 상처받고, 용기를 잃고, 미래를 걱정했다. 그리고 이것이 모두 극도의 우울, 즉 중증 우울이었다.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서적을 20대 후반부터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 같은데, 김형경 선생님은 책을 읽는 것은 요리 레시피를 보는 것과 같다, 고 했다. 즉 삶에 직접 뛰어들어 자조 모임을 만들든, 심리학 독서모임에 참여하든 해야, 실제 요리하는 것과 같다. 


우리의 대다수는 아이 내면 상태를 지닌 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른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에서 유아기의 생존법으로 대처하는데, 이것이 사회에서 통할 리가 없다. 그때 사람들은 상처를 받아 후퇴하거나, 전진한다. 용기를 지닌 사람은 결국, 자신을 치유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어른으로서의 생존법을 익힌다. 


어느 사회학자가 몇 년 동안 불행하고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연구했다. 결론으로 얻은 것이, 그들을 이해해 줘야 그 사람들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 김형경 선생님의 언급으로는 심리치료가 그 작업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정신분석학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많은 학문적 발전이 있었다. 이것이 사람들을 행복과 건강한 삶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본능이 있는데, 자기 보존과 자기 파괴 욕구다. 즉 생존 본능과 죽음 본능이다. 전자는 자기애, 이타성, 배려 같은 감정이 해당하고, 후자는 분노, 불안, 시기심 같은 마음이 포함된다. 여기서 사람들은 어려서 부모나 사회로부터 허용되는 전자의 감정은 강화한다. 반대로 후자의 통제받는 감정들은 억압해 무의식 속으로 밀쳐 둔다. 김형경 선생님은 무의식을 다른 말로 ‘내면 아이’라고 부르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정신분석이 지향하는 바가 무의식의 의식화인데, 곧 자신의 내면 아이를 깨닫는 작업이다. 


아이 때 부모가 적절한 양육과 상호작용을 해 주지 못하면, 자아가 너무 약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들은 작은 위기에도 고통받고,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은 좋은 자기 이미지만 자기로 생각하고, 부정적 감정은 억압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계속 그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어떤 부류의 사람이 싫고, 분노하고, 심지어 그곳에 생의 에너지를 많이 허비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아가 어른이 돼야, 치유되고, 이때 생의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쏟을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외롭고, 공허한 감정을 많이 느낀다. 이것이 나의 내면 아이의 감정임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즉 성인으로서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과 내면 아이의 감정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거나 성찰이 잘 되는 사람이, 이런 구분을 잘하고 치유 또한 이뤄지는데,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김형경 선생님은 양가감정의 통합을 말씀하시며, 그 과정은 정말 온몸이 아플 정도로 힘들다고 했다. 


마지막 이야기는 앞에 친구 사례를 길게 말해서 짧게 했다. 친구 이야기의 결론은, 부모가 건강해져야 자녀 또한, 건강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나를 괜찮다고 생각하고 수용할 때, 우리는 타인을 포용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범위가 확장돼 사회와 집단에 관해서도 관대해질 수 있다. 


그리고 조직 문화를 힘들어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그 후배는 자신이 조직을 확 뜯어고치는 것을 바랄 정도로 분노했다. 그러자 김형경 선생님은 ‘너의 목표는 조직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야.’라고 말해 주었다. 나 또한, 이런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아 공감되었다. 또한, 짧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관한 공포가 많다고 했다. 이것도 통합 과정을 잘 거쳐야 그 불안이 가라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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