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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May 11. 2024

행복해지는 길은 인생을 긍정하는 것이다

오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힘>을 읽는데, 어떤 느낌이 왔다. 내가 너무 삶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같이 대담하는 언론인이 조르바를 인용하며 “말썽? 어차피 인생이란 말썽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기에 캠벨은 ‘인생은 이대로도 굉장해요.’라고 응답했다. 


난 지금까지 큰 슬픔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왜 이런 비탄을 오랫동안 겪어야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난 이제 인생을 부정하는 단계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즐거운 것이다. 어차피 우리 인생에 더 나빠질 것도 없도, 더 좋아질 일도 없다. 지금 이대로 훌륭한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나는 세상이 잔치이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이 어느 글에 쓴 구절이다. 이것을 떠올릴 때 나는 삶이 흥겨운 리듬으로 흘러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여행을 한다면 우리는 같이 동행하는 지인과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며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인생을 산다면 한 번 뿐이기에 미치도록 깊은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행복에 관해 생각해 보길 좋아하는 내게 이런 깨달음은 강한 확신을 주었다.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인생을 만족스럽게 해 준다는 것이다. 다른 삶의 범주까지는 모르겠는데, 만족과 행복은 현재 상태를 긍정하는 것에서 올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긍정하기까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의 모든 정답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아기 때 우리 모두는 긍정하는 삶을 살았다. 이때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이 될 수 있었고, 되고 싶어 했다. 세상도 “너는 그래야 한다.”라고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다. 사회에 들어오며 우리는 부정이란 것을 익힌다. “너는 그렇지 않다.”라고 이제 세상은 우리에게 말한다. 이때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나처럼 심한 사람은 끝없는 좌절에 빠져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부정의 상태를 산다. 게다가 한국인은 더욱 유별나다. 어려서는 오로지 성적만을 강요하고, 커서는 오로지 돈만을 요구하는 사회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한국에는 행복한 사람이 아주 적은 것이다. 대부분 불행하다는 것을 입에 달고 살기까지 한다. 


난 다행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긴 우울의 강물을 견뎌야 했다. 여기 가서는 거절을 당하고, 저기 가서는 쫓겨나기가 여러 번이었다. 오랜 방황의 시절이었고, 이것은 나를 침체되고 했으며 위축된 상태로 살게 했다. 현재 이 모습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 나의 삶이다. 누구에게도 추천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지만, 난 이 길을 걸어야 했고 결국 빠져나오게 된다. 


그렇다고 모두 이런 인생을 산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특히 안정 애착으로 아기 때 자란 사람들은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인생을 편안하게 느낀다. 마치 적절한 도구가 필요할 때 주어진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람은 원만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고, 삶이 평탄하게 흐른다. 모두 이렇게 살 수 없기에, 나 같은 사람이 행복에 관해 정리해 글로 전하는 것이다. 


나는 왜 이런 경험을 겪어야 했을까? 영웅 신화를 보면 귀환으로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모험의 소명을 받고, 기겁하며 거절하기 일쑤인 것이 보통 사람이다. 그런데 영웅에 값하는 사람은 우연한 모험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거기서 고지자를 만나고, 관문을 통과하며 서서히 영웅 체험에 깊이 뛰어든다. 악당을 물리치고, 지혜와 의술을 전수받는다. 


서양에서는 아리아드네의 실과 노인의 조언과 호부로 나타나기도 한다.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한 후에 평화로운 마을로 돌아온다. 영웅이 획득한 황금양털이란 보물은 세상에 귀하게 쓰인다. 그런데 한 번 도달한 영광의 땅에서 영웅은 쉬고 싶어 한다. 세상은 오묘한지 그런 영웅을 다시 부른다. 즉 귀환의 길의 시작이다. 


오늘 내가 쓴 부분이 귀환의 서막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제 부정의 땅에서 긍정의 영역으로 다시 한 번 돌아올 것이 요구된다. 영웅은 다시 미지의 모험을 떠나야 한다. 오디세우스의 귀환 10년이 이런 사건이다. 그는 결국 성공해 아내 페넬로페에게 돌아온다. 인생을 긍정하는 사람은 이런 이야기가 흐르는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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