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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매니저 Apr 01. 2022

언제부터인가 예민하다는 단어의 의미가 오용되기 시작했다

예민 자체는 나쁜 말이 아니고 중립적인 의미인데


언제부터인가 예민하다는 단어의 의미가 오용되기 시작했다.   

예민 자체는 나쁜 말이 아니고 중립적인 의미인데.


말 그대로 감각이 센서티브하다는 거. 


그런데 예민한 기질을 핑계 삼아 타인에게 무례하고 까다롭게 구는 경향을 예민하다는 의미로 퉁치고는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니까 반대 급부로 '예민한 건 나쁜게 아닙니다'라는 책이 자꾸 쏟아져나오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거다. 애초에 '예민한 건 나빠요'라는 전제가 있으니까 나올 수밖에 없는 책들. 


사실 이런 건 진짜 예민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영역에서나 민감함을 자랑할 뿐, 타인과 관계하는 영역에는 한없이 둔하고 무지한 건데. 


내가 좋아하는 분들은 애초에 기질이 예민한 편으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일상의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하며 그 아름다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예찬하는 분들이다. 


그리고 자기가 예민한 만큼 남들도 예민할 것이라 여기고, 그들 마음 다치치 않게 섬세하게 배려하며 세심하게 언어를 골라서 말하는 분들이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무던해 보이는 분들이다. 




2. 이 분들은 굳이 '예민한 기질'로 인한 세상살이의 힘겨움에 대해 피해의식을 드러내지도 않고, 자기보다 안 예민한 이들에 대한 적대감이나 르상티망도 표현하지 않는다. 


 "오늘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기쁩니다."


"날은 궂지만 그만큼 차분해져서 좋습니다."


그저 매일 내부에 떠오르는 가느다란 감정의 선을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하며, 긍정적 상념을 전하는 분들. 




3. 사실 예민한 건 나쁜 게 아니라는 취지의 책, 그런 주제를 읽고 싶은 독자 니즈가 부쩍 늘어난 걸 보며, 난 사회가 느끼는 공통적인 정서를 봤다.


그만큼 사회가 평균 대비 민감한 사람들에게 평균에 맞추라는 암묵적 강요를 행했기도 하고, 


한편으로 예민 호소인들이 이 사회를 향해 피해의식과 적대감을 갖고 있는 것도 난 많이 봤다.  그게 오만으로 변질되며 자기보다 감각이 날카롭지 않은 이들을 깔보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고.


요즘 쏟아지는 "예민함은 나쁜게 아냐" 류의 콘텐츠에서 그 내려다보는 뉘앙스의 시선을 많이 느꼈다. 




4. 나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영역에서 예민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에 절대적으로 둔감한 사람도 예민한 사람도 없이. 


나에게 그닥 거슬리지 않는 외부 자극이 남에게는 아주 따가운 반면, 내게 고통스러운 자극이 남에게는 견딜 만한 자극일 수 있듯이.


그러므로 '나의 예민함'을 내세워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도, 우월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우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예민한 영혼들이 한데 엮여 살아가는 게 이 세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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