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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매니저 Jan 04. 2024

신조어 사용을 남발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언중들 사이에서 사용되며 의미가 정제된 언어를 더 쓰고 싶어요

신조어 업데이트에 기민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신조어 사용을 남발하고 싶진 않습니다.

신조어는 아직 의미가 정제되지 않은데다, 지칭하는 개념의 구획이 명료하지 못하여 자칫 오해와 소통의 단절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오랫동안 학계의 개입과 언중들의 사용으로 인해 의미가 단단하게 다져지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대가리 꽃밭'이라는 신조어는 맹목적 낙관주의를 경계하기 위해 생겨난 의도와는 다르게 '곤란한 상황에서도 회복 탄력성 높고 밝은 성격'을 혐오하는 데까지 남용되고 있어서요.


죄 없는 사람이 조롱당할 때, 이 때 ' 스톡데일의 역설'이라는 개념을 함께 얘기하면 '대가리 꽃밭'이 원래 쓰여야 할 알맞은 범주 구획을 설정할 수 있지요.


1️⃣스톡데일의 역설 : 베트남 전쟁 포로 수용소에서 생존 확률이 높았던 병사는 너무 낙관적이라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던 병사가 아니라 적절하게 비관적이라서 최악을 대비한 병사


또한 요즘 사용되는 '결정 장애', 장애인을 차별하는 듯한 뉘앙스가 싫어서 대체어로 장미의 이름에도 나오는 '뷔리당의 당나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뷔리당의 당나귀: 중세 철학자 장 뷔리당이 말한 개념으로, 두 개의 똑같은 건초 더미 사이에 있는 당나귀가 뭘 먹어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해 굶어 죽은 이야기


하지만 문제는 이런 말투를 쓰기 시작하면서, 말투가 무슨 수능 영어 번역체, 히라노 게이치로가 일식 쓸 때 쓴 문체, 장미의 이름 문체가 되어버렸다는 거...‼️


말투가 현학적이다, 지식을 뽐내며 젠체하는 말투다, 재수없어보인다, 이런 말투 쓰는 사람과는 대화 나누고 싶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투를 고치지 않으려고요.

정제되지 않은 말투로 남에게 부지불식간에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대화 나누기 싫은 말투 쓰는 사람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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