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dered bodies 수업 방식 및 내용
원래 내가 공부하는 프로그램은 Digital Media and Society이지만 우리 과는 1학기와 논문을 써야 하는 4학기를 제외하곤 최소 2과목은 자율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번 학기는 1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가 듣고 싶은 과목으로 선택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Gendered bodies라는 과목이다. 평소에 성평등에 관해 관심이 많았고, 성평등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에서 다루는 Gender studies는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과목의 Final Paper 제출 만을 남겨 두고 있는 상태이다. 글은 다 썼지만 Appendix 해야 한다...ㅎㅎㅎ 제출은 10월 25일 까지!). 이 글은 웁살라 대학교의 Gendered bodies 에 관한 수업 방식, 주제 들에 관해 다룰 예정이고, 개인적인 소감 역시 담길 예정이다.
1. 과목
내가 들은 Gendered bodies는 젠더 스터디 및 페미니스트 리서치의 광범위한 이론들을 개략적으로 다뤘다. 그래서 '몸'과 관련된 젠더 개념, 젠더 구현, 젠더 이슈들, bodies 개념이 어떻게 자리 잡고, 변하는지에 대해 다뤘는데, 특히 보수적인 성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bodies가 어떻게 성적으로 구현되는지 등에 대해 다뤘다. 수업 주제는 4개로 나뉘었는데, 한 주제 당 한 번의 Seminar가 진행되었다 (주제 파트에서 설명 예정)
2. 수업 방식 및 교재
수업은 1주일에 한번, 오전 10시 15분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되었고, 중간에 1시간 15분의 휴식시간이 있다. 수업 총횟수는 4번인데, 수업을 위해 짧게는 15페이지, 길게는 110 페이지에 달하는 아티클, 책, 혹은 책의 챕터들을 5-7개를 모두 읽고 리딩 저널을 써서 준비해와야 했다 (저널은 직접 구하거나 해당 수업 강사가 준비해주는데, 이번 과목은 감사하게도 준비가 돼있는 것을 다운로드하였다). 그리고 이 수업은 수업이 모두 Seminar 였기 때문에 반드시 출석을 해야 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수업은 Lecture와 Seminar로 나뉘는데 Lecture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수업: 강의이고 출석이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Seminar는 빠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업 같은 경우, 첫 번째 세션인 오전 시간에는 학생 한 명당 다른 학생이 써온 리딩 저널을 읽고 직접 채점을 했다. 기준은 교수님이 직접 만든 Reading Journal Criteria 에 따라 채점을 했다. 그 후 시간이 남으면 교수님이 그날 리딩에 대한 자신의 대략적인 리뷰를 했다.
점심시간 이후 에는 리딩에 대한 Discussions을 했는데, 이 시간에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하고, 글을 쓴 학자에 대해서 리뷰를 하기도 했다. 이 시간은 나에게 상당히 유익했는데, 글을 읽고 모르는 부분을 질문을 하기도 하고 글에 대한 비평을 밑 토론을 하면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개념을 잡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도 그렇지만, 웁살라 대학교의 인문.사회과학 과목 수업은 상당히 이론적 (Theoretical)이다. 뭐라고 해아 할까, 수업 전반 적으로 Academia에 있는 이론들에 대해 다루고 난 후 수업 Final 과제로 실제 케이스들에 이론을 적용하며 리뷰하고 분석하는 과제들이 대부분 이었다 (지금 까지 들은 수업 중 연구 방법론 수업 두 개: 질적 연구 방법론, 양적 연구 방법론 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러한 방식이었다). 해서, 나는 이 과목에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어떤 주제 혹은 어떤 Case로 Final Paper를 쓰고 싶은지 미리 생각을 해놨었다.
Final Paper가 성적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Final Paper는 매우 중요하다. 이 과목의 경우, 교수님 께서 희망자에 한해 Final Paper에 대한 Presentation을 하면 직접 리뷰를 해주겠다고 했었다 (이건 수업이 아니다. 말 그대로 Paper Presentation을 하면 이에 대한 리뷰를 해주는 방식이었다). 나를 포함해 총 4명의 학생만 참여를 했고,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대략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기에 유익했다.
*사진: 나의 Reading Journal, 그리고 내가 읽은 한국 페미니즘 관련 종이책들
3. 수업주제
수업 자체가 Gendered bodies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bodies 에 관한 4가지 주제로 세미나가 구성이 되었다. 구성은 이러하다.
1) Theorizing the body: 성별화 된 몸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고,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서, 그리고 그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 등에 대해서 다뤘었다. 이 세미나의 핵심은 Sex/gender 의 차이, 각각의 개념, 개념들은 어떤 학문적인 바탕을 두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비판이었다.
2) Difference: 몸의 '다름'은 어디에서 오는가 혹은 성 차이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내용이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내용이기도 했다. 성 차이, 몸의 다름 에 대한 인식이 사회 구성요소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렇게 되어 간다 (becoming) 가 핵심 내용이었고, Course Material 의 주제 범위가 가장 넓은 세미나였다.
3) Diffuse bodies: 지난 세미나에 이어서 몸의 '다름'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번엔 어떤 요소화 결합해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4) Living Bodies: gendered bodies 관련 현상학에 관련된 것이었다. 아무래도 현상학이다 보니, 젠더 이슈에 관한 현안들, 그리고 관련 Narrative와 역사들도 같이 다루며 생각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클래스 메이트들이 정말 즐겁게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4. 소감
개인적으로 이 강의를 듣기 전에 가장 생각을 많이 했던 것은 여성 혐오,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의 대칭 구도 등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더 이슈들이었다. 그래서 스웨덴의 젠더 이슈, 그리고 스웨덴의 성평등은 한국과 비교해서 어떨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강의를 듣고 학과 친구들, 스웨덴 친구들과 젠더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하면서, 나는 성평등에 관해서 한국과 스웨덴을 비교하는 것을 포기했다. 스웨덴의 성평등은, 한국에서 말하는 '양성평등' 이 아닌 모든 성을 포함한 성 평등을 일컫는다. 여성주의 운동으로서의 성평등 연구를 넘어서서 모든 성을 포함하는 성 (관련) 연구로 이름을 바꾼지도 이미 20년이 넘은 스웨덴과, 아직도 여성학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이밍이 강하게 남아있고, 여성주의 운동과 성평등의 당위성을 확립해가고 있는 한국의 성평등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한국의 성 평등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서 스웨덴만큼, 혹은 스웨덴보다 더 성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이루었으면 한다는 (현재로선 많이 멀어보이는) 바람도 가져본다.
강의에 대한 소감을 말하자면, 강의 주제, 내용, 방식이 모두 마음에 쏙 들었다. 아쉬운 점은 강의 교재들이 모두 유럽이나 미국 시각에서 페미니즘을 다뤘다는 것 (물론 블랙 페미니즘 (Black Feminism) 도 다뤄졌지만(Judith Butler 등) 적게 다뤄졌고 아시아 쪽 페미니즘은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이 부분은 교수님께 직접 질문 및 아쉬움을 표현했고 교수님은 다음 강의 때 참고를 하시겠다고 했다 (물론 나는 못 듣겠지만, 다른 사람이라도 더 다양한 관점에서 공부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쉬움과 동시에, 다양한 층위의 페미니즘을 위해서는 아시아의 페미니즘도 페미니즘 담론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정말 유익한 강의였고 다음에 젠더 관련 공부를 할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방식의 공부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