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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마실 May 04. 2019

스웨덴에서 베이킹 하기 2

한국보다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디저트 만들기: 마카롱 

한국에 있을 때 나는 종종 마카롱 가게를 털어서 (?) 친구들, 지인들에게 나눠주며 마카롱의 맛있음을 전파하곤 했다. 7년 전 영국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프랑스에서 사 온 마카롱을 맛보고 난 후에 프랑스에서 3일 동안 90유로어치의 마카롱을 먹은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참 마카롱에 빠져 있을 때에는 한국에서도 1일 혹은 2일 1 마카롱을 실천하고, 서울 시내에 있는 모든 마카롱 맛집을 돌아다녔다. 약 3년 전 스웨덴에 왔을 때도 북유럽은 낙농업이 발달돼있으니 디저트도 질이 좋고 싸겠지? (특히 마카롱)라는 기대를 했었다.



프랑스 디저트는 전멸입니다

이렇게 기대를 하고 왔건만 스웨덴은 다양한 디저트가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물론, 케이크나 파이 등 스웨덴 전통 제과류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다른 디저트는 찾기 힘들다. 특히, 마카롱을 비롯한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디저트는 아예 전멸이다 (카눌레도 없고 마들렌도 잘 없다. 마담 프루스트가 여기에선 인기가 없나). 있더라도 70KM 거리에 있는 스톡홀름에 있고 퀄리티도 좋지 않다. 특히 마카롱은 그냥 비싸고 맛없다. 일단 웁살라에서 나름 큰 제과점인 Landing 에는 마카롱 종류가 4가지 (초코, 딸기, 바닐라, 피스타치오 등) 정도밖에 없고, 크기도 작다. 근데 가격은 27kr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3300원). 한국 마카롱도 프랑스에 비하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많이 싸졌다) 스웨덴 마카롱은 더비 싸고 심지어 맛없다. 그래서 두어 번 더 사 먹어보고 마카롱은 사 먹지 않기로 했다. 



디저트도 DIY

내가 처음 마카롱을 접했을 때인 7년 전 나는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고 여러 가지 문제로 나름 고생을 하고 있었다. 마카롱 특유의 쫀득한 식감과 단맛으로 나를 단번에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주었고, 그 이후로도 마카롱은 나에게 여러 추억과 맛있는 맛을 선사해줬다. 마카롱 외 다른 디저트도 많지만 난 이런 마카롱을 포기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모양이 예쁘잖아! 좀 웃기지만 이런 이유로 마카롱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그렇겠지만 스웨덴은 베이킹을 하기 매우 쉬운 나라이다. 집집마다 오븐이 있는 것은 기본이고, 집 앞 슈퍼 마켓에 가면 유산지, 식용 색소, 아몬드 파우더, 슈거파우더, 짜는 주머니를 모두 살 수 있다. 시내로 나가면 마카롱 전용 실리콘 판까지 살 수 있을 정도다 (Clas Ohlson에 판다. 예전엔 사용했는데 지금은 실리콘 판보다 유산지로 하는 게 성공률이 높아서 유산지만 사용한다). 아마 스웨덴 특유의 FIKA 문화와 (커피나 티와 다과를 곁들이는 문화) 특히 스웨덴의 비싼 물가 (... 사람 손이 닿으면 다 비싸지는 매-직)이 한몫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생일 케이크는 회사나 공적인 자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이 핸드메이드니까 (친구들이나 가족들끼리 케이크를 사는 것은 아직까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전편 참고).


이러한 이유와 오로지 먹고 싶다는 욕망으로 마카롱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재료는 많지 않았다. 

마카롱 만들 때 정말 필요한 아몬드가루, 보통 설탕 (슈거파우더 안 샀음), 초콜릿 마카롱을 위한 초콜릿 파우더 및 베이킹용 초콜릿 그리고 마카롱용 실리콘 판

못난 실력에 이렇게 부족한 재료로 만들다 보니 마카롱은 항상 현무암카롱(?), 뻥카롱 ㅋㅋㅋ이었다.


왼: 온도 높아 터지고 뻥카롱 / 오: 마카로나쥬 망한 뻥카롱


한 1년 생각 없이 실패해도 하하호호 웃으며 망카롱을 만들다가 이번 연도 4월부터 다른 방법도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재료도 사고 몇 번 다시 만들어 봤다. 이제는 나름 매끈한 표면과 삐에가 살아있는 마카롱을 만들어 내긴 한다. 프렌치 레시피에 무건조라 (*마카롱은 크게 프렌치, 이탈리안으로 나뉘고 마카롱을 짜고 건조를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건조, 무건조 마카롱으로 나뉩니다. 프렌치보단 이탈리안이 좀 번거롭지만 안정성이 높다고 합니다*) 마카롱 꼬끄 구울 때마다 심장이 쫄깃하지만 나름 굽는 재미가 있다. 원래는 성공률이 높다는 초코 마카롱도 현무암으로 만들어버렸는데 지금 보니 진짜 슬프다 ㅋㅋㅋ


위: 민트초코 마카롱 / 아래: 쿠앤크*오레오 마카롱



스웨덴에 처음 왔을 땐 밥 해 먹는 것도 귀찮아서 점심만 제대로 해 먹고 저녁은 거의 조리하다시피 해서 때웠는데 지금은 마카롱을 포함 한국에서 많이 파는 디저트 (EX. 레드벨벳 케이크, 녹차 케이크 등) 쯤은 직접 만들어 먹게 되었다. 물가 비싸고 음식 맛 자체가 다양하지 않는 나라에서 3년 가까이 산 덕인가. 음식 및 디저트는 완전 DIY. 이제 FIKA 시간에 내가 만든 마카롱을 가져갈 수 있겠지...



전부 베이킹 재료들. 아, 짤주머니 사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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