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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자기로드 Feb 08. 2021

스포드의 폐공장 사용설명서_22

영국 도자기 마을: 스톡 온 트렌트

몰드 하우스, 스포드 공장, 사진 김선애


이번 이야기는 2009년 문을 닫은 스포드(Spode) 공장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현재 스포드는 문을 닫았지만, 브랜드는 포트메리온에 인수되어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스포드 공장의 발자취는 영국의 도자기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앞서 웨지우드 이야기에서 소개된 크림 웨어(Creamware)에 당시 유행하던 청화를 전사지로 장식한 블루 이탈리안 웨어(Blue Italian)는 지금도 생산되는 유명한 패턴이다. 그리고 스포드는 무엇보다 본차이나(Bone China)를 발명하고 발전시켜온 장본인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글 '본차이나는 Made in China?' https://brunch.co.kr/@dojaki/77 참고) 



몰드 하우스, 스포드 공장, 사진 김선애
몰드 하우스, 스포드 공장, 사진 김선애


본차이나(Bone China)는 본애쉬(Bone Ash)와 차이나(China, 도자기)의 합성어인데, 한마디로 흙에 뼛가루를 넣어서 만든 흙이다. 재료 중 본애쉬가 30% 이상, 장석, 고령토(Kaolin)가 함유된 연질 자기(Soft-paste Porcelain)의 일종이다. 영국에서는 독일 마이센 지역에서 발전시켜온 경질 자기(Hard-paste Porcelain)의 어려움을 겪다가 연질 자기를 발명하게 되었는데, 본차이나가 그 한 종류이다. 그러므로 본차이나의 역사인 도자기 공장이며 오랫동안 영국을 대표하는 도자기 회사의 몰락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스포드 공장의 가마는 더는 불을 때지 않지만, 다행히 텅 빈 공장의 외벽은 허물지 않았다. 현재는 역사적인 공간의 특성을 살려서 2년마다 영국 도자 비엔날레( British Ceramic Biennale)가 열리고, 지역 학교들의 워크숍 장소로 이용이 되고 있기도 한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일주일에 2번 물레를 체험하고 워크숍을 담당하는 직원이 있어서 스포드 공장의 이름을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다.


텅 빈 스포드 공장의 공간을 살려 비엔날레 장소로 사용한다. 스포드 공장, 사진 김선애


공장은 따로 리모델링하지 않았다. 역사적인 공간의 현장을 그대로 두고 행사 등으로 이용할 때는 가벽이나 구조물 등을 설치해서 임시로 사용할 뿐이었다. 


필자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2011년 가을이었는데, 공장이 문을 닫은 얼마 후라서 몰드 하우스 (Mould House)도 그대로이고, 근무하던 사람들의 책상과 미처 치우지 못한 물품도 그대로 있었다. 모두가 떠나고 남은 쓰레기 더미에서 한 때 바빴던 공장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필자도 쓰레기 더미에서 스포드의 패턴 북의 복사본을 하나 주웠다. 별것 아니지만, 나만의 기념품이 된 것 같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2013년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이미 많은 부분이 청소된 상태였고, 몰드는 지역 아티스트들에게 헐값으로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아쉬웠다. 옛 오리지널 몰드를 사용해서 작업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한 방을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지들, 18세기부터 모아 왔다는 석고 몰드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영국의 유산이 다 뿔뿔이 흩어져버린 것만 같았다. 


영국 도자 비엔날레에 전시된 스포드 패턴, 스포드 공장, 사진 김선애


비단 이러한 상황은 스포드만은 아니었다. 근래 영국 산업 도자기 공장들은 문을 닫거나 혹은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겼다. 그만큼 북적대던 마을은 빈집이 많아졌다. 웨지우드 회사에서 도자기 제조업을 위해 장인들을 키웠던 웨지우드 인스티튜트(Wedgwood Institute)도 그대로 방치된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스포드에서 레지던시를 하던 기회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하도록 하겠다) 비용과 안전문제로 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많은 공간들이 역사적 건물로 복원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현재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스톡 온 트렌트 지역 예산이 모든 것을 다 살리기에 역부족이라고 한다. 그래서 도시를 다시 활성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그 도시에 살고 있던 청년 아티스트이면, 집 한 채를 단돈 1파운드(약 1800원)에 살 수 있게 기회를 주는 제도도 있었다. 


스포드 오리지널 접시 몰드, 사진 김선애


스포드 공장 안에 남아있던 도자기 뚜껑들, 사진 김선애 
도자기 모형을 안내하는 듯한 패널, 사진 김선애 
비품 판매의 흔적, 사진 김선애


지금도 생생한 폐공장과 박물관의 모습. 요즘 코로나 19로 많이 볼 수 있는 지구 곳곳, 우리의 모습일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하다. 다시 일상에서 도자기의 영광을 느낄 수 있는 시대는 올 것인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랜선 스포드 공장 여행

https://youtu.be/wQEVo0NBhIQ



https://youtu.be/9P7sIvxtLho



스포드 방문 센터 가기 (Spode Works Visitor Centre)


스포드 공장이 문을 닫았을 때 공장 안에 있던 박물관도 함께 문을 닫았다. 방문센터에 가면 공장 안을 둘러볼 수는 없지만 예전의 영광을 볼 수 있는 건물, 일하던 사람들, 공장 이야기, 만들었던 도자기 컬렉션 등을 볼 수 있다. 스포드 박물관에 있던 컬렉션의 일부, 동영상, 사진, 인터렉티브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매일 문 여는 것이 아니라 금요일, 주말, 공휴일 월요일 등만 잠깐 문을 여니 꼭 홈페이지에서 방문 정보를 확인하고 방문하기를 바란다.  


스포드 공장 방문 센터: http://www.spodeworks.org/

주소: Elenora Street Stoke-on-Trent, Staffordshire ST4 1QD United Kingdom‎


스포드 공식 홈페이지: www.spod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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