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浦
대학을 졸업하고 목포를 다시 찾은 건 재작년이 처음이었습니다. 돌아갈 이유가 없어진 고향은 누구에게나 슬픈 법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제법 지루할 수도 있는 제 어린 시절 이야기도 즐겁게 들어주는 예쁜 마음을 가진 친구와, 이 도시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엄마가 같이 있었어요.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여행이었고, 그래서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많이 걸었고, 또 많이 앉아 있었어요.
한동안 죽은 날만 기리던 이의 태어난 날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이 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저는 기분 내는 걸 좋아하고, 오랜만의 생일파티라서 대통령들이 묵곤 했다던 오래된 여인숙을 개량한 멋진 숙소의 스위트룸을예약했어요. 노을지는 하늘과, 높지 않아 다정해 보이는 유달산과, 트로트가 들려오는 바다가 한 눈에 보입니다. 어려서는 나에게 온 세계였던 이 도시가 한없이 작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건 제가 어른이 되어서일까요.
아직 망하지 않은 목공소와 적산가옥을 개량한 카페가 한 골목에 있고, 그 사이로 지나가는 버스가 텅텅 비어있는 걸 보며, 애쓰지 않은 노스탤지아가 제법 근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무언가 그리워하는 마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영 알 수 없지만, 변하는 어떤 것들과 변하지 않은 다른 것들 모두에게 경외심 같은 걸 느꼈습니다. 모든게 멋드러지게 변하는 대도시에서 어쩌면 나는 그동안 좀 기가 죽었던 것도 같아요.
혹시 떠나온 곳으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있나요? 고향도, 여행지도 아닌 이 곳에서 나는 반가움도 그리움도 설렘도 아닌, 어쩌면 그 모든 것인 정체불명의 정서를 느낍니다. 다시 볼 수 없는 사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모두 품은 이 항구에 약간의 고마움을 전하며. 촛불 대신 담배에 불을 붙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