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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May 22. 2017

Wonder & Laundry

놀라움, 그리고 빨래

그대, 안녕?


난 지금 "Wonder"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겨울 빨래를 돌리고 있는 중이다.

밝은 분홍색 니트에 검은 jeans를 입고 있는 짧은 머리의 여자가 스툴 위에 걸터앉아 Wonder을 외치고 있는 동안 난 5월이 끝나갈 이 무렵, 여름 이불을 옷장 안 제일 꼭대기 선반에서 꺼내고 겨울 이불을 좁은 세탁기 안으로 집어넣어 세탁을 한다. 당신도 알다시피, 친구들에 비해 몸이 비교적 차가운 편인 난, 공기가 나갈 틈을 최대한 근소하게 만드는 벽돌 같은 겨울 이불이 화창한 봄날 내 위를 무겁게 누를 때에도 제 집 찾은 고양이처럼 푹 웅크리고 잘 수 있다. 온난화 현상이 일어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숙면할 수 있다.


그런데 초여름 날씨가 시작되는 5월이 되자 이불 밖으로 다리 하나가 삐져나오더니 5월 중순쯤엔 이불과 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시끄러운 알람을 끄며 주위를 둘러보면 이불은 돌돌 말린 채 한쪽 벽에 밀착되어 있더라. 만약 이불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면--물론, 발차기로 날아갈 정도의 무게가 결코 아니라지만--가엾어서 아침부터 내 마음이 무거울 뻔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돌돌 말린 이불을 반대 방향으로 풀어주기만 하면 이불 정리는 쉽게 끝나는 셈이다.


세탁을 함으로써 겨울 동안 묵은 내 온기를 날려보자. 조금 가벼워는 질까?

그럴 리가 없는데 경쾌하게 음표의 줄을 타고 유튜브로부터 흘러나오는 wonder의 단어는 그 의미처럼 큰 놀라움을 나에게 선사할 것만 같다. 거품을 내며 덜커덩 덜커덩 원을 그리는 세탁기처럼 내 기분도 덩달아 신나 어깨가 들썩거린다.


그대야, 2017의 5월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오늘 난 5월의 그 어느 날보다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음악이, 뮤직비디오에서의 여자의 이쁜 분홍색 니트가, 겨울 이불의 빨래 때문에 내 마음이 이렇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대와 내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다시금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내 생각이 맞는 거겠지?




사실로, 그대에게 글을 쓰는 건, 낯설면서도 편안하고, 익숙하면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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