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에
완연한 가을이다.
그새 날이 밝았고
여름이 홀연히 지나갔으며
11월 첫 일요일을 맞이한다.
아침을 함께 열어왔던
진한 커피 한 잔이
드물게도 오늘은
마시고 1/3남은 커피 위에
따뜻한 물을 한 번 더 부을 수 있게 되었고
길 건너편의 주택가들을
에워싸고 있는 나무들을
창 너머로 바라보며
직접 붉고 노랗게
물들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완연한 가을이다.
바쁘게 거리를 횡단했던
주중의 날들을 멈추고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시간 조용한 아침 속에
한 자 한 자 타이핑을 하다 보니.
그간 많은 시간들과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눈이 되어간다.
어쩌면
곧 다가올 겨울에
내 안과 밖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눈이 내릴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오늘은
곧 지나갈 완연한 가을을
오감으로 풍요롭게 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