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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Oct 03. 2016

An Email from My Professor

교수님에게로부터 온 이메일

이메일이 도착했다. 대학원 때 졸졸 따라다니던 내 교수님으로부터 온 메일이다. 나의 근황을 알릴 겸, 얼마 전부터 내 동료나 다름없는 J언니와 인스타그램에 새 계정 아래 함께 올리기 시작한 포스트를 공유할 겸, 난 며칠 전 교수님께 연락을 취했었다. 그 이메일에 대한 답장이 왔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뒤 보낸 이메일 이후, 처음 주고받는 이메일.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여전히 교실이라는 방 안에서 미래 시인으로 꿈꾸는 자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계실지. 그들의 시와 글을 읽으며 변함없이 미간을 찌푸렸다가 환한 미소를 짓고 계실지. 그 종이들 위에 뭉툭한 심이 돼버린 연필로 코멘트들을 휘날려 적고 계실지. 가끔은 교실 밖 나무 아래 벤치에서, 가끔은 맛있는 커피 향으로 가득한 I 카페에서 학생들이 쓴 시를 바탕으로 깊은 생각과 시간이 배어있는 조언과 느낌을 전해주고 계실지 많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공유한 내 글들에 대한 평이 어떠할지였다.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열심히 시를 쓰고, 고치고, 또 고쳐서 더 나은 시를 쓰기 위해 몸부림쳤었다. 내가 읽어봤으면 좋을만한 책과 시들을 종종 추천해 주셨는데, 난 그들을 할 수 있는 한 몽땅 수집해서 학교와 집을 오가는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눈을 부릅뜨고 읽곤 했다. 정말 흥미로울 것 같아 읽고 싶어서 읽었던 것이 아니었다. ‘읽어야만’ 했었다.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크리티크 시간에서 차분한 소리로 전해지는 그녀의 비평과 내 시 아래에 쓰인 그녀의 코멘트들은 아주 솔직했고 꾸밈이 없었으며 나에게 콕콕 필요한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그야말로 적나라한 단어들의 집합이었다. 


그래서 난 그녀가 얘기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토대로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매 수업이, 매번 시에 대한 그녀의 피드백이 기대가 됐다. 어떤 방향으로 내 글이 쓰일 지에 대해서도 종이에 펜을 얹기 전부터 흥분되었었다. 그리고 오늘 받은 그녀의 이메일엔, 어떠한 평과 이야기가 적혀있을지 기대 속에서 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 떨고 있다.  


나의 시를 진지하게 읽어주셨고, 나란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셨다. 내 시가, 나 자신이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하셨다. 내 안의 보석을 끄집어내기 위해 그녀는 나를 만나는 데 있어 시간을 아끼지 않으셨다. 우리 사이에 놓인 신뢰의 줄은 더 단단해져 갔고 그녀의 미간의 주름 또한 더 진해졌다.


이메일을 아직 열지 못했다. 기대감과 설렘과 두려움이 지금 내 마음 안에 함께 살고 있다. 


더 나은 시가 태어날 수 있도록 진정한 쓴소리가 있을 거라 이메일을 못 열겠다는 게 아니다. 교수님은 나를 정말로 위해서 얘기한다는 걸 내가 알기에, 그 진짜인 그녀의 마음 때문에, 그 진짜인 마음이 내 마음을 내리쳐서 내 마음이 부서질까 봐, 언제부턴가 일어날 변화에 낯설어하는 내 벽 같은 마음이란 걸 지키고자 하는 이 이기심에, 나는 이메일을 아직 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다. 정말로 지금 어쩌면, 난 그녀가 절실히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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