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No plasti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연 Jul 28. 2020

패션이 돌고 돌듯
미세 섬유도 우리에게 돌아온다.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업보

2009년 대학교 4학년 시절, 국내에 패스트 패션 브랜드(자라, H&M, 망고 등등)들이 한창 들어오고 있었다. 경영학 수업에서 패스트 패션의 정의와 장점을 배우며, 아! 질 좋은 옷을 저렴하게 자주 사 입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명동에 갔을 땐 당시 각축전을 벌였던 SPA 매장들의 대부분이 없어졌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24&aid=0000027155

그 이후로 나는 이런 브랜드 매장을 지나치지 않고 매번 들리기 일쑤였다. 살게 있으려나 하면서 들어가도 꼭 하나씩 사고 나와야 직성이 풀렸다. 그만큼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사랑했었다. 특히 유럽 여행을 갔을 땐 물 만난 고기였다. 자라의 경우 국내 판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비싸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들려서 사야 손해 보지 않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곤 주변 지인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이렇게 싸게 샀다고...




2020년 지금,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의류 생산과 소비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었다. 2015년 UN의 발표에 따르면, 합성섬유 생산량은 약 6,700만 톤 정도이고 우리가 입는 옷의 60%는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내가 가진 옷만 봐도 90% 이상이 합성 섬유이다. (조카가 태어났을 때 처음으로 면으로 된 신생아 옷을 산 기억이 있다;;)


특히 옷의 미세 플라스틱 섬유 (Microfiber)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미세 플라스틱 섬유는 합성섬유 세탁 시 배출되고 바다로 흘러들어 가서 해양 생물들 몸에 쌓이게 되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플랑크톤(크릴새우 포함. 도대체 왜 먹는지 이해가...) < 새우 < 물고기 < 고래 <인간 순으로 결국 먹이 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올해 영국의 남서부에 있는 플리머스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상복을 세탁할 경우 최대 70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 섬유가 옷에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https://www.ytn.co.kr/_ln/0104_202002232323406894

실제로 서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심해저에서 움푹 들어간 좁고 긴 곳으로, 급사면에 둘러싸인 해저지형)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구로 성분을 분석한 결과,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까지 바다를 타고 흘러들어 간 것이다. (출처 : How to give up plastic )



미세 섬유는 해양으로 흘러 들어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재작년과 작년 겨울에 가장 유행했던 옷은 일명 뽀글이, 플리스 (Fleece) 였을 것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긴 플리스를 입고 나와 대유행을 시켰던 걸로 안다. (물론 유니클로의 플리스가 있긴 하지만, 뽀글이 플리스를 많이 입기 시작한 건 이때 이후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춥지 않았던 작년 겨울엔 패딩보다 이 플리스를 더 잘 입고 다녔다.


충격적 이게도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플리스가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대단한 공헌(?)을 하고 있었다. 


플리스 한 벌을 생산하는데 약 2만 5천 개의 미세 플라스틱 섬유가 배출된다. 




유행이 뭔지, 트렌드가 뭔지, 우리는 누군가를 앞서 쫓아가기 바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뒷전이었다. 그런데 요즘, 패션 브랜드들이 '에코'라는 키워드로 환경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SPAO, 빈폴, 파타고니아, K2, 노스페이스 등 에코 섬유 소재로 옷을 제작함을 앞 세우고 있다. 실제 이런 마케팅이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진 모르겠지만 


요즘 소비자들이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시장이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물론, 뻔한 마케팅을 탈피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오르내린다는 것은 건강한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만 안 한다면...

연예인들의 행보에서도 눈에 띄는 모습이 있다.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공효진' 배우이다. 이 일을 하는 것이 옷을 누구보다 많이 소비했던 그녀로서 해야 할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가격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연예인인 그녀가 패션 분야에서 환경 이슈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어떤 선한 영향력보다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쉽진 않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패스트패션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지금 있는 옷들을 최대한 오래 입고, 소비를 하더라도 유행이 덜 타는 옷으로 사서 입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엄마네 집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입었던 청 멜빵바지를 찾았다. 멜빵바지를 멜빵 치마로 고쳐 입으려 한다.

슬프게도 지금과 그때 키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아 치마로 리폼하면 맞을 것 같다. 리폼해서 입어본 경험이 없는데 이 경험이 나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 다음 혹은 다다음 글에서 공유하겠다. : )


언니는 글을 쓰고, 동생은 그림을 그립니다.

글 : 김 연 /그림 : 김 영

매거진의 이전글 템발[빨]로 환경 보호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