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타트업에 들어가 3개월 수습 딱지를 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다신 가지 말아야지 했는데, 프리랜서로 새로운 일을 해봐야지 했는데. 그래도 번역 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 한창 취준생이던 시절, 대학원 졸업 후 다시 취준생이었던 시절 계속 대기업에 취업하려고 목을 맸던 것 같다. 애초에 난 대기업이 원하던 인재가 아니었는데.
2014년 대학원 3학기, S전자의 UX 디자인 멤버십에 들어갔다. 디자인 멤버십 자체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 사실 이곳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회사 취업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정말 웬만큼 사고 치지 않으면 한 번의 임원면접으로 대부분이 취업이 되곤 했다. 하지만 운도 지지리도 없던 난, 그 해에만 무슨 이유인지 절반 정도만 취업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그 탈락 인원에 나도 포함이 되었다.
인사팀장 or 인사 쪽 임원으로 보이는 여자 면접관이 내 이력서를 보더니
이걸 정말 다 했다구요? 이렇게 다양하게 했다구요?
놀라움의 표현이 아니라, 이렇게 비 일관된 이력서로 여길 왔다고? 하는 말투였다. (서류부터 시작했다면 난 이미 걸렸을 것이다. 그러니 그 여잔 이런 이력서는 처음 봤을 거고)
그 여자 입장에서는 뭐... 신기한 이력서이긴 했을 것이다.
그땐 (지금도 그런가?) 하나의 목표를 정해서 그 직무와 관련된 업무와의 일관된 경험을 매우 중요시했다. 난 대학 졸업 후 진로를 정하지 못했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기에 내 이력서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긴 힘들었다. 그랬기에 아마 이 회사에서 꾸준히 일할 상으로는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땐 그런 평가가 너무 억울했지만, 지금은 그 여자의 선택이 옳았다고 인정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싫어하고, 일을 맡으면 항상 '왜'라는 물음이 떠오르고, 한 가지 일을 계속하기 힘들어하는 난 아마 그 회사에 들어갔어도 답답해서 2년도 못 채우고 나왔을 것이다.
대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아니라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에 서류와 면접 탈락 통보를 받을 때마다 자존감이 하락했는데, 절대 그럴 이유는 없다.
그저 그 조직과는 맞지 않을 뿐.
자신과 찰떡 같이 맞는 조직은 어딘가에 꼭 존재하기 마련이다. 난 지금에서야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네 번째 직장에서야 찰떡같은 조직을 만났다. 드디어.
이 곳은 본인이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곳이고, 개인의 판단을 존중해주고, 신뢰해주는 곳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피드백이 아닌, 객관적인 피드백을 준다. 물론 이곳에도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잡플래닛이나 사람인과 같은 채용사이트에 리뷰를 남겼을 것이다. 그런 사람도 있고, 나처럼 궁합이 맞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0년 보다, 2015년 보다 더 좁아진 취업문 앞에 서 있는 취준생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2010년 25살, 2015년 30살의 나를 토닥여주고 싶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wallstreetenglish.com/blog/10-tips-to-succeed-in-a-job-interview-in-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