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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Apr 13. 2021

친환경적인 삶이 주는
스트레스 극복기

그동안 글을 잠시 쓰지 않았던 이유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안 쓰고 싶은데,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싫고, 결국 쓰게 돼서 플라스틱 다이어트는 개뿔, 그냥 쓰자 써, 이렇게 확 지르지도 못하는 것도 답답했다. 

집에서 지낼 땐 그나마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라 다행이지만, 회사를 다니니 '플라스틱 스트레스'가 점차 차 올랐다. 특히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 씻지도 않고 그저 차곡차곡 쌓아 올려서 비닐에 싸서 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지만 한숨만 나온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서 되도록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닌다. 


그건 함께 사는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카페에 가서 음료를 받아올 때면


아 맞다! 빨대 안 쓴다고 말 안 했다.


이렇게 깜빡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사실 두 달 전부터 일회용 화장솜을 안 쓰기 시작했다. 천으로 만든 화장솜을 사서, 빨아서 쓰고 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8장만 샀기 때문에, 모두 쓰고 나면 빨아야 하는데 귀찮음에 점점 미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토너를 그냥 손으로 스킨처럼 펴 바르게 되었다. 토너는 솜에 덜어서 닦아 쓰는 용도인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포기를 생각하게 되고 천 화장솜에 안 좋은 면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이건 그냥 포기할까. 살짝 거칠어서 피부에 자극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되겠다 싶어서, 내가 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잘하고 있는 것보다 매번 못 하고 있는 것에만 집중해서 그런 것이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부분들에 집중해서 이 삶의 태도를 장기적인 습관으로 안착시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지금껏 잘 지키고 있는 것들과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 것들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1. 샴푸바 다섯 개째

얼마 전에 샴푸바를 다시 구매했다. 벌써 다섯 개 째를 쓰고 있다. 가끔 샘플로 받았던 샴푸를 쓰긴 하지만, 이젠 샴푸로 바꿔서 쓰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개 써보면서 나와 맞는 샴푸 비누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비누로 감으면 엄청 뻑뻑해진다. (헤어 에센스를 바르면 괜찮아진다. 또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지만...) 난 그나마 지성이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남편은 건성이라 비누로 감는 걸 힘들어했다. 결국 나만 비누로 감고 있고, 남편은 샴푸로 쓰기로 타협을 했다. 나에게만 맞춘 비누였기에 그랬던 것 같다. 다음엔 건성인 남편 머릿결에도 맞는 비누를 찾아보려 한다.

이젠 비누로 감는 게 익숙해졌다.


2. 천 화장솜과 일회용 화장솜을 같이

이러다가는 비싸게 산 천 화장솜을 안 쓸 것 같아서, 빨아서 말리는 기간 동안만 일회용 화장솜을 쓰기로 했다. 일회용 화장솜만을 쓸 때와 함께 쓸 때 휴지통에 차는 속도가 달리 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확실히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강하게 되었다. 화장솜 100장을 사면 한 달 반 정도 쓰는데, 이번에는 세 달까진 쓸 수 있을 것 같다. 


3. 안 주셔도 돼요 라는 말은 꼭 하기

빨대는 안 주셔도 돼요. 비닐은 안 주셔도 돼요. 


아무리 종이로 만든 빨대라도 굳이 필요가 없으면 안 줘도 된다는 말을 꼭 한다.  종이로 만들어도 결국 쓰레기이기 때문에 안 쓸 수 있으면 안 쓰는 게 가장 좋다. 빵집에 나갈 땐 꼭 접을 수 있는 장바구니를 들고나간다. 




잠깐이나마 나에게 권태기가 찾아왔지만, 잘하고 있는 모습에 집중하니 극복하게 되었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건 평생을 걸쳐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마트에서 생모차렐라 치즈를 샀다. 치즈를 발견했을 때, 반가운 변화를 알게 되었다. 치즈를 포장한 비닐 + 플라스틱 투명 박스가 포장된 치즈였는데, 플라스틱 투명 박스가 사라진 거였다! 정말 불필요한 포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반가운 변화였다. 시장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구나 싶었다.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고, 조금씩 변화를 기대하며, 꾸준히 실천하고 살기로 결심했다. (불끈)


언니는 글을 쓰고, 동생은 그림을 그립니다.

글 : 김 연 /그림 : 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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