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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Nov 24. 2022

퍼소나, 누가 제대로 알려줬으면 했던 마음을 담아

어느 날 우리 부부가 나눈 대화이다. 우리는 모두 UX 쪽에서 일하다 보니 서로에게 사용자 인터뷰를 비스무리하게 한다.


남편 : 너는 바이브 앱이 왜 좋아?

나 : 특히 DJ 기능이 좋더라고. 유튜브처럼 테마별 음악을 선택하면 내 취향에 맞게 무한 재생(무한은 아니지만, 그만큼 길게 들을 수 있다는 의미)을 해주니까 편해.

남편 : 그러면 재생목록이 엉망이 되지 않아? 어떤 사람들은 재생목록을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으로만 관리하더라고.

나 : 그건 나와 그 사람의 퍼소나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 나는 재생목록을 관리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좋아요>한 목록만 관리해. 그리고 재생목록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DJ 기능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 사람들과 내가 음악을 듣는 목적 자체가 가장 크게 다를 것 같은데, 나는 일이나 공부할 때 집중하려고 배경음악 삼아 듣거든.


이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퍼소나를 구분 짓는 기준이 드러났다. (직접 유저 인터뷰를 하진 않았지만...)

바로 직접 선택한 노래 청취를 선호하는지, 알아서 들려주는 노래 청취를 선호하는지

노래를 듣는 목적이 무엇인지 (음악 감상 자체인지, 집중하기 위해 음악을 틀어 놓는 것인지)


이렇게 A퍼소나와 B퍼소나의 행태/니즈/가치가 구분되는 기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원에서 UX 수업을 들었을 때 퍼소나에 관해 처음으로 배운 적이 있다.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며 퍼소나를 설명할 땐 이런 정보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 정확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조별 과제를 하며 기계처럼(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체) 이름도 정하고, 가상 나이도 정하고 퍼소나를 한 문장으로 전달할 수 있는 카피도 정했다.

출처 : https://www.justinmind.com/blog/user-persona-templates/

필드에 여러 해 있으면서 스스로 터득한 점은 퍼소나를 가르는 특징이 아니라면 굳이 불필요한 정보들을 모두 담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대 별 서비스 관련 행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굳이 퍼소나의 나이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 홈/리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퍼소나를 만드는데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전혀 알 필요가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정보로 예쁘게 꾸미기 위한 정보는 생략하고, 퍼소나를 묘사하는 유용한 정보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담당하는 서비스의 퍼소나가 있다면 불필요한 정보는 없는지 가지치기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퍼소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처음에 퍼소나를 만들려면 매우 막막할 것이다.

주로 내가 하는 방법(누가 가르쳐 준 건 아니다)은 인터뷰를 한 뒤, 양극단에 있는 인터뷰 대상자의 특징을 뽑아 본다. 어떤 이유 때문에 두 사용자 간의 차이를 보이는지 요소를 뽑아 본다. 선정한 축 위에 다른 사용자들을 나열해 본다. 혹시 선정한 축으로 제대로 구분할 수 없다면 다른 축을 찾아보면서 시행착오를 거친다. 한 번의 인터뷰로 우리 서비스를 대표할 수 있는 퍼소나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첫 인터뷰로는 스케치를 해보고, 두 번, 세 번 진행하며 구체적으로 다듬어 가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내가 만든 퍼소나는 고객 사이드의 퍼소나는 4개, 전문가 사이드의 퍼소나는 8개이다.


퍼소나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퍼소나는 만드는 것보다 활용하게 만드는 것이 더 힘들다. 퍼소나를 잘 활용한다는 사례는 잘 들어보지 못했다.(제보 부탁드립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신규 입사자들에게 온보딩을 할 때 활용한다. 어떤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지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용자들의 행태가 제품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품의 특징까지 전달하기 유용하다.

제품에 퍼소나를 반영하는 역할은 사실 메이커(PO, 디자이너 등)들에게 달렸다. 내가 할 일은 메이커들이 퍼소나를 되도록 염두하도록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인터뷰 결과를 공유할 때 퍼소나를 모델처럼 활용하다.

퍼소나 관련된 내용 중 업데이트를 조금이라도 하면 슬랙에 다시 공유한다.

일종의 "나 아직 여기 있어요." 하는 신호이다. 예전에 만들고 손보지 않은 과거의 문서가 아니라, 최신 문서임을 어필하고 있다.


이 글로 퍼소나에 관한 갈증을 100% 해소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어디에 가면 우물이 있다는 정도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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