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유튜브에서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전편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몇 편씩 보다 잠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시트콤의 묘미는 조금씩 변주되는 사건의 반복과 중첩에 있다. 그래서 각 회에서 벌어지는 사건 하나만 봐도, 앞으로20분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뻔히 눈에 보인다. 그래서일까. 시트콤 속 인물들은 참 편해 보인다. 물론 그들은 잘 모르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어떻게 결론이 날지 뻔히 보이니까. 그래서 시트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예측되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어렴풋이 예측되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살아가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지마는.
시트콤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제 겨우 걱정거리도 사라지고 앞으로의 미래만 생각하면 되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튀어나와 나를 괴롭힌다.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속이 상한다. 내년 이맘때쯤 '나의 시트콤'이 종영된다면 무슨 결말일까. 지금 내가 고민하는 문제가 잘 해결되어 있을까. 부디 그 결말이 어둡지만 않았으면, 바라고 또 바라본다.
* 사실, 2000년에 방송을 탄 그 시트콤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욕먹을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저급한 행동이 수시로 나오고, 마초적인 요소도 심심찮게 보인다. 하지만 시트콤이 그 당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라는 걸 감안하면, 그때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구나 싶어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