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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Aug 09. 2018

평화로운 연애


누군가 "당신의 연애는 어떤 스타일인가요?"라고 묻는다고 가정해보자. 몇 년 전의 나였다면 한숨을 내쉬었을 거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겠지. 밤늦게 전화로 울고 소리 지르기도 하고, 누가 보는 건 신경 쓰지도 않고 길거리에서 싸우고, 만났는데 화나서 지하철 문 닫히기 직전에 내려서 집으로 가버리기도 해요, 라고. 그때의 난 정말 그랬다. 그땐 그 순간의 내 감정이 제일 중요했고, 채워지지 않는 애정 결핍은 늘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때 내가 애정 결핍이었다는 건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그땐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같은 질문을 지금 받는다면, 난 평화로운 연애를 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연애를 하면서 이렇게 마음이 홀가분하고 안정적이었을 때가 있었던가. 소모적인 감정싸움도, 서로 간의 자존심 싸움도 없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하면 되고, 언제든 훌훌 털어내 버리면 그만이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느냐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지금은 이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면서 체득한 노하우인 걸까. 아니면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그런 걸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물론 서로에게 소소한 불만은 있다. 난 가끔 자기 말만 하는 오빠를 '지말이'라고 부르며 지적을 하고, 구매욕이 큰 오빠 때문에 엄마라도 된 듯한 잔소리를 퍼붓는다. 오빠도 마찬가지일 거다. 요즘 들어 짜증이 늘어난 나 때문에 오빠 역시 불만을 품고 있을 테다. (근데 이건 견딜 수 없는 무더위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흑흑)

 

완벽한 연애는 아니지만, 난 지금의 우리가 좋다. 가끔 이슈에 대해 서로의 의견이 달라서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의견을 너무도 자연스레 터놓는 지금이 좋다. 책 읽는 취향은 살짝 다르지만 책의 물성과 서점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좋다. 자존감이 낮은 나지만, 항상 내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람이기에 좋다.사실 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걱정이다. 내가 잘해야 하는데, 편해졌다는 이유로 마냥 가벼워지지는 않아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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