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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Sep 28. 2018

사진 찍기의 괴로움

요즘 내 웃음 지뢰. 잔망스럽구만. 이런 표정 어떻게 지었니...꼬맹아


언젠가부터 인가 사진 찍는 일이 내게 가장 힘든 일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이후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공부한답시고, 집에서 자는 시간 빼고 학교에 처박혀 있으니 살은 날로 쪄갔고, 가뜩이나 없던 표정을 점점 잃어만 갔다. 게다가 학교만 다니니 사진 찍을 일이 있겠는가. 사진도 찍어본 사람이 잘 찍는다고, 안 찍어버릇한 사람은 카메라 앞에 서면 얼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찍은 내 사진을 모아도 앨범 하나를 못 채울 지경이다.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아쉽다. 예쁘지 않더라도, 그 나이대의 분위기를 담았어야 하는 건데 하고 후회가 된다.


(내게 있어서) 사진 찍기의 괴로움은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진 속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다. 넙데데한 얼굴과 비대칭을 이루는 이목구비를 마주하는 것이 이렇게나 고역이니, 사진 찍는 것을 꺼릴 수밖에. 이런 상황에서, 당장 보름 후에 웨딩 촬영을 해야 한다. 촬영할 순간을 예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압박감과 긴장감이 장난 아니다. 어떻게 하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까.


(아마,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신부를 보시게 될 거에요, 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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