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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Oct 10. 2018

울지 않는 일


예나 지금이나 난 눈물이 많다. 모든 일에 있어서 다 그렇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마음 아픈 일이 생기면, 정작 마음을 다잡고 위로의 말을 꺼내야 하는 건 나이면서도 가장 먼저 울기 바빴다. 꾹 참았던 화를 터뜨리는 순간에도, 누군가와 싸우는 순간에도 논리정연한 말 대신, 늘 눈물이 먼저 나왔다. 그래서 모든 걸 망쳐버리고는 했다.


그게 싫었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내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것만큼은 되지 않았다. 얼마 전 말 같지도 않은 일로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걸 보다가, 참다 참다못해 소리를 빽 질렀을 때도 원망스러운 눈물이 떨어졌다. 이제 정말 그들 앞에서는 우는 모습 따위 같은 걸 보이고 싶지 않은데, 또 그러고 말았다. 덧붙이고 싶었다. 오해하지 말라고. 당신들 때문에 우는 거 아니라고, 그따위 이유로 우는 거라면 흐르는 눈물이 아깝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다 보면 또 눈물이 날 게 뻔하니까 애써 그 말은 접어두었다.


아주 오래전, 친구와 싸웠을 때도 그랬다. 감정이 격해져서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은 울며불며 소리를 지르기 바빴다. 조곤조곤 내가 느낀 바를 말했다면, 원만하게 해결될 일이었다. 결국 돌고 돌아,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야 오해를 풀 수 있었지만, 이날의 기억은 마음의 짐처럼 남아 있다.


울지 않고 싶었다. 모든 일에 덤덤해지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버려야, 그제야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포기해버리면, 아마 우는 일은 없을 거다. 그렇게 기를 쓰고 친구와 울면서 싸웠던 것도, 그 친구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을 거다. 그냥 그렇게 포기해버리면 감정 소모도 없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가족과 그 친구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아주 나중에는 그 어떤 일에도 울지 않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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