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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Oct 26. 2018

저는 글을 씁니다


2년 전, 내 이름으로 조그만 책을 냈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나중에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마침내 이뤄진 때였다. 물론 '독립출판', '자비출판'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내가 해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내 이름을 건 책이 나온다는 건 설레는 일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겁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편집자로서 다른 사람의 글을 매만지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홍대 앞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독립출판물'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다들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가는구나'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구체화시켰다. 사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썼다. 그래서 지금 읽어보면, 왜 이런 표현을 썼을까 싶은 부분도 더러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줬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데,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중한 감상과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은 일종의 책임감도 느낀다. 앞으로 또 책을 내게 된다면 좀 더 고민해서 써야지,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행여 상처는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첫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며 종종 응원을 해주시는 한 독자분이 책을 읽고 나를 동경하게 되었다는 댓글을 남겼다. 세상에, 동경이라니…. 내 일상은 참 보잘것없고 소소한데, 난 이런 말을 들을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거창하게 새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아닌데, 올해에는 왠지 목표를 세우고 싶어서 몇 가지 정한 게 있다. 그중 하나가 일주일에 하나씩 글을 쓰는 것이었다. 첫 책을 낸 이후로 요즘은 글을 안 쓰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였다. 스스로 마감일을 정해 놓으면 어떻게든 글을 쓰지 않을까 싶었다. 연초에 아파서 병원에 실려갔던 일주일과 얼마 전 개인적인 일로 너무 바빴던 일주일을 제외하고는, 다행히 지금까지 꼬박꼬박 일주일에 하나씩 글을 쓰고 있다. 


지금 내게는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다. 조금은 더디지만, "저는 글을 씁니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읽더라도 촌스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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