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식재료
아직 관광지로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섬이라 그런지 섬 곳곳에는 볼거리, 먹거리가 많다.
겨울에는 또 겨울 나름대로의 먹거리들이 있지만 오늘은 여름철에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 재미에 푹 빠져서 이 섬에 살아봐야겠다고 결심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는 사실.
이 섬, 정확히 말해서 이 레스토랑에 처음 발을 디딘 날 처음 따러 나갔던 로즈힙!
맞다. 그 유명한 로즈힙이 이 곳에서는 자연에서 자란다. 여기저기 막 자라는 건 아니고, 이 친구들이 자라는 특정 장소가 있는데 이 곳은 셰프와 우리들만의 비밀!이라고 하고 싶지만 한참 꽃잎을 따다 보면 사람들이 뭐하냐고 종종 물어오기도 했기에 공공연한 비밀 정도로 쳐둬야 할 것 같다.
이 친구들은 싱싱할 때 샐러드로 먹을 때가 제일 향긋하고 맛있다.
하지만 4계절 내내 피는 친구들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딸 때 우리가 필요한 정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피클로 담가 둔다. 그래야 겨울에도 이 향긋한 로즈향을 내는 음식을 낼 수 있기때문.
한국에서는 아직 재배를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 샘파이어(samphire 혹은 sea asparagus라고 불림) 밭. 그야말로 밭이다. 이곳은 특정 시간대에만 이렇게 땅을 드러내는데 그것도 물이 빠지는 시간에 잘 맞춰가야지만 이렇게 들어가서 채취를 할 수 있다. 시간대를 잘못 맞추면 물이 들어와 늪지대가 되고 마는 곳이다. 따는 동안 뱀도 한 두어 마리 봤는데, 그 후로는 나무 위에 올라서서 구부정하게 채취를 했다 ^^; 독성이 없는 뱀이라고는 하지만 무섭...
이 친구들은 나름 고급 식재료로 알려져 있기에 이 식재료를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잘 없는데, 이곳엔 너무 많아서 밟고 다니는 수준.
바닷물을 먹고 자란 이 친구들은 싱싱할 때 베어 물면 짭조름한 바닷 향이 입안에서 터지면서 향긋함이 입안에 머무는 독특한 식재료다. 생으로 먹어도 맛나지만, 보통 살짝 데쳐서 해산물 요리와 함께 많이 사용한다.
이 식재료도 여름에만 나기에, 필요한 정도만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나머지는 피클 해두거나 말려서 보관한다.
정말 한국에 이 소나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잎을 문지르면 자몽향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품종이다. 캐나다에서는 숲에서 꽤나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지 많이들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연두색에서 샛 초록색 정도가 제일 좋은데, 너무 어린잎은 향이 좀 덜하고 너무 오래된 잎들은 향이 사라져서 별로다. 우리나라에서 솔잎을 사용하는 용도와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되는데, 솔에서 나는 향이 잡내를 잡아주고 거기에 자몽향까지 더해져 고기를 숙성시키면 독특한 맛이 난다.
잘게 다져서 양념으로 사용하거나 오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복분자딸기와 같은 품종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초록색에서 점차 검은색으로 변화하는데 여름이 되면 길가에 널려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다만 장미목과에 속해서 그런지 주변에 가시가 엄청나 완전 무장을 하지 않으면 온몸에 상처가 생기기 쉽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일반 바지에 긴팔만 입고 씩씩하게 따러 갔었는데, 들어갈 때는 그럭저럭 들어갔지만 나중에는 옷에 가시들이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옷도 버리고, 몸도 버리고, 블랙베리만 살아서 나온 블랙베리 지옥.
혹여라도 복분자에 이끌려 덩굴에 들어가고 싶다면, 고무로 된 긴 장화에 막대기나 큰 책받침 등을 들고 가는 게 좋다. 그래야만 그나마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가시넝쿨을 그나마 조금씩 치우면서 걸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버섯을 캐러 다니는 건 혼자서는 힘들다. 흔히 스팟이라고 불리는 버섯이 나는 곳을 알아야 할뿐더러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버섯을 캐러다니는 친구와 함께 가야 그나마 조금 캘 수 있다. 하지만 버섯 철은 이야기가 다르다. 진짜 발에 차일 만큼 버섯이 여기저기 퍼져있는데, 버섯을 전문으로 캐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지런히 산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나는 운 좋게도 버섯이 자주 발견되는 장소를 아는 친구와 함께 찾아다녔기에 4-5시간 만에 작은 가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캘 수 있었다. 그나마도 그 친구가 거의다 캔 거긴 하지만. 버섯 캐기에 유의할 점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맛있는 버섯으로 보이는 독버섯들이 곳곳에 숨어있기에 조심 또 조심!
막 캐온 버섯은 그냥 먹어도 맛있기 때문에 대충 흑만 털어낸다는 기분으로 손질을 한다. 버섯마다 그 특성이 다르지만 이 버섯은 White chanterelles로 불리는 종으로 공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노란색으로 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자두나무는 그냥 집 마당에 키우시는 동네 주민 집에서 땄는데, 과실가 익어서 떨어지고 있지만 일이 바빠서 도저히 딸 수가 없으니 필요한 만큼 따서 가라는 연락을 받고 가게 되었다. 농약을 치지 않아 따는 거 반, 먹는 거 반으로 놀면서 땄던 행복했던 날이었다. 사실 레스토랑에서 탈출해서 더 기뻤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고는 하지만, 가끔은 이런 일탈! 너무 좋다.)
이 외에도 바다에 가면 미역, 조개, 굴 등 먹을 것들이 넘쳐나 사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굳이 가게에 가서 구입하지 않더라도 될 만큼 식재료가 지천에 널려있다. 하루하루 섬 곳곳을 산책하고 탐방하면서 새로운 장소들을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라면 재미라고 할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마주할 때마다 주체할 수 없이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덕분에 이 평화롭고 조용한 섬마을에서 오늘도 즐겁게 하루하루 추억을 홀로 쌓아 올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