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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두녕 Jan 31. 2023

이 지금, 보통의 존재들  

JAN-23

01.23


        새해를 맞아 지난 일기들을 들춰보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확신하는 이들을 불신하고는 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벗어난 삶에 대해 고민하던 시점이었고, 생활의 터전과 직업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위 질문들에 대한 '정답'을 찾아 만나 다녔던 사람들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기 시작하면 설득이 되기보다는 되려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확신하나요?' 하고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느꼈던 반감은 단어에 담긴 확신보다는 듣지도 않고 말하려 하는 그들의 태도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 그러던 내가 어느덧 더 자주 확신을 가지고 말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때때로, 슬기로운 주변인들이 나누어준 지혜들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전달하곤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나는 언제 이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던 걸까요. 많은 것들을 의심하던 때로부터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린 날의 나라면 지금의 나를 그저 그런 꼰대로 봤을 거라는 생각에 닿으면 조용히 웃음 짓게 됩니다. 


        이제는 확신하는 이들을 마주했을 때 지난날만큼의 의심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삶에는 단단한 중심축이 필요하고, 사람들은 같은 만큼 같고 다른 만큼 다르기에 그들의 삶의 기준점들이 꼭 나의 그것이 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동지애를 느낍니다. 그들의 단단한 믿음들이 나의 그것과 공명할 때 그렇습니다. 그런 이들을 만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입니다. 아마 우리는 편한 마음으로 잔을 부딪히는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주 가끔씩,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행운을 마주할 때가 생깁니다. 흠모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남긴 말들을 반추합니다. 



        앞으로는 타인들이 남긴 말이 아닌, 나에게서 비롯된 말들도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가볍게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을 보면 환하게 웃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좋은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들을 만나 삶을 나누다 보면, 언젠가 이 노랫말에도 확신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 {                                          } ... 
나는 확실히 알아. 오늘의 불꽃놀이는 끝나지 않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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