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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아 Oct 25. 2020

제너럴리스트가 된다는 것

한원아의 픽션집 - 3

난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은데..?


의외였다. 무언가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그런 '스페셜리스트'라고 생각했던.. 록스타형이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니. 난 늘 록스타형을 보며 스페셜리스트를 꿈꿔왔다. 내가 이루지 못한 영역에 존재하는 그가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말을 내뱉자 내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고요..?"

"응. 난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어. 너는 왜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데?"

"그야.. 커리어를 쌓아간다는 건 전문가가 되어 간다는 뜻이잖아요? 내가 그 분야에서 떳떳하게 전문가다, 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분야에 더 몰입해야 하고 더욱 능력을 쌓아서 결국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저는 예전부터 늘 호기심이 많았어요. 이거도 해보고 싶고 저거도 해보고 싶고... 관심이 가는 거라면 일단 해봤거든요. 그래서 경험은 많아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 경험들이 다 얕았던 것 같아요. 실속이 없는 거죠."


록스타형은 10초 동안 말이 없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짧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게 네 장점이야."

"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게 장점이라니.


"너 마케터지?"

"에이 형. 새삼스럽게, 거기 명함에도 쓰여있다시피 2주 전부터 마케터가 되었죠."

"마케터가 가져야 할 가장 큰 역량은 뭐라고 생각해?"

"음, 글쎄요.."


마케터가 가져야 할 역량이라. 마케터가 된 지 겨우 2주가 된 나로서는 마케터가 가져야 할 역량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모든 직장인은 회사에서 배우는 또는 행하는 일들을 하면 저절로 성장하고 그에 따라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역량이 쌓이는 게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해보았다. 그런 어렴풋한 생각이 어쩌면 지금의 갈증을 일으키게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도 마케터로서 일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마케터가 가져야 할 가장 큰 역량은 '사람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야."

"저야 사람 좋아하는 거 형도 잘 아시잖아요~"

"그래, 그게 네 장점이라고."


록스타형이 하는 말이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했다. 테이블을 가볍게 반복적으로 톡톡 두드리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뒤에 부연설명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마케터를 꼭 어떻다, 라고 단정 짓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내 생각은 그래. 마케터는 사람에 관심이 많아야 해. 사람에 관심이 많으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 하겠지? 그런데 사람을 한 명 한 명 다 알기란 쉽지 않아. 모두 다르니깐."


그렇다. '부모조차 자식을 아직도 모르겠다'라고 하지 않던가. 특히 요즘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느끼는 게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들마다 각각의 개성,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너는 사람을 좋아하잖아? 그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런데 내가 보는 너는, 그런 하고 싶은 것들을 여러 사람들이랑 많이 하는 것 같거든.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천천히 그들을 알게 되지."


이제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난 제너럴리스트가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어.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고 다양함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게 많은 연결고리를 만들어. 그리고 그 연결고리가 넓게 퍼지면 퍼질수록 더 단단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물론 스페셜리스트도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둘 중에 고르라면 난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어. 결국 언젠간 얕다고 생각했던 그 경험들이 너에게 큰 자산이 될 거야. 넌 지금 제너럴해야 할 때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 짜식아."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록스타형의 말을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단순한 '제너럴리스트'가 그의 설명이 덧붙여지자 조금은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마케터는, 아니 어쩌면 모든 인간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호기심이 많다는 건, 제너럴리스트가 된다는 건 어쩌면 마케터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량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가끔은 픽션>

: 누구나 한 번쯤은 회사에서 겪을 사실 같지만 사실 같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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