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글쓰기, 글또를 시작하며
글을 꾸준하게 쓸 수 없을까?
글 쓰는 개발자 모임 글또를 시작하게 되었다. 글또는 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의 줄임말로 글을 작성하는 개발 직군분들이 모여서, 좋은 영향을 주고 서로 같이 자랄 수 있는 커뮤니티다.
그리고 내가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한 후 처음으로 참여한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마케터 시절에는 꽤 많은 커뮤니티 활동을 했고, 꽤 멋진(?) 성과들을 이루기도 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좋아해서 개발자가 되어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다. 특히,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우연히 글또를 발견하고 신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이 글또의 첫 글이기도 하다.
다시 되돌아가서, 글또의 첫 글은 다짐글을 쓰면 좋겠다는 운영진의 권유로 어떤 글을 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역시 뭔가 "열심히 해야징!", "힘내야징!" 이런 글을 쓰는 건 퍽 낯 간지럽다. 대신 이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사람(또는 글또의 동료 기수분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는 글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글을 오래도록 잘 쓰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보았고 거기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물론 여전히 나도 꾸준히 글을 쓰는 건 꽤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런 반강제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방법을 소개하기 앞서, 이런 글쓰기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도 글을 오래도록 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
쨌든, 글을 꾸준히 그리고 오래도록 잘 쓸 수 있는 방법. 내 경험을 토대로 3가지 키워드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글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어떤 주제로, 어떤 글을 쓸까'이다. 글을 쓰겠다고 다짐은 했건만 쓸 글이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에 글쓰기 주제 정하기 4가지 방법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여기 글을 참고하면 글감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1. 내가 잘 알고 있는 전문 분야를 주제로 선택하기
2.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를 주제로 선택하기
3. 배우고 싶은 분야를 주제로 선택하기
4. 주변에서 찾기
- 불만: 내가 겪은 불만은 무엇인가? 그걸 주제로 써보자.
- 대화: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있는가? 그걸 주제로 써보자.
- 메모: 내가 메모해뒀던 문장들을 잘 살펴보자. 그게 글의 주제가 될 수도 있다.
- 별 거: 별 거 아닌 것에 집착해보자. 별 것이 별 게 아닌 게 될 수도 있다.
- 지금: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것, 또는 당신 주변에 있는 것.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라.
혹시 하루를 기록하고 있는가? 나는 매일 하루 어떤 일을 할지 전날에 기록하고 잔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기록한 수첩을 꺼내 들어 할 일을 살핀다. 크게 5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회사>는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을 적는다. <자기계발>은 퇴근 후에 하려 했던 자기계발과 관련된 것들을 적는다. <이번 주>는 이번 주에 있는 이벤트를 적는다. <오늘>은 회사 일도 아니고 자기계발도 아니지만 오늘 꼭 해야 하는 것들을 적는다. 이를테면 '동사무소 가기'나 '관리비 보내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피드백인데 이건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처음부터 이 형식으로 쓴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내 취향에 맞는 형태로 발전해온 것이다.
그런데 매일 할 일을 기록하는 것이 글을 오래도록 쓰는 방법과 무슨 관련이 있나,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이 기록의 포인트는 '꾸준히'이다.
그러니까 비유를 들자면, 하루하루 나의 할 일을 기록하는 것은 42.195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매일 1km씩 운동장을 달리는 것과 같다. 일종의 '긴 글(마라톤)'을 쓰기 위해 '짧은 글(1km 달리기)'로 훈련하는 것이다.
매일 할 일을 기록하는 것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긴 글을 쓰는 것과 연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쓰는 행위 자체가 글을 쓸 수 있는데 도움닫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글쓰기와 친해지는 연습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하루 할 일을 어떤 식으로 기록할지 자신만의 방법을 찾느라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렇게 방법을 찾다 보면 어느덧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되고 그게 루틴이 되어서 하루 5분 정도면 충분히 쓸 수 있는 상태까지 도달할 것이다. 만약 방법을 찾는 것이 수고스럽다면 내가 현재하고 있는 방법(위 이미지)으로 시작해서 본인의 방법을 찾아가도 된다. 다시 말하지만 '꾸준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할 일을 기록하는 것에 하이라이트는 피드백이라 할 수 있겠다. 위 이미지의 [Feedback]이 바로 지금 소개할 부분인데, 오늘 나를 되돌아보며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개선점은 없는지 작성하는 공간이다.
피드백의 장점은 개발자라면 친숙할 수도 있는 단어 '메타인지', 즉 자기객관화를 높일 수 있다. 현재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피드백 공간은 내가 처음에 소개했던 '글감 발견하기'의 노다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간단하게는 오늘의 실수를 적을 수도 있고(예: 요구사항을 제대로 확인해서 디테일을 챙기자), 좀 더 글감이 될 수 있는 것으로는 오늘 회사에서 코드리뷰를 받았던 부분에서 생소한 개념, 스터디를 하면서 배운 것, 강연을 들은 것, 내가 내부에 팀에게 공유했던 내용 등이 있겠다. 이런 걸 안 써두면 까먹는다. 그러니까 짧게라도 좋으니 일단 적어두도록 하자.
이 글이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글을 쓸 수 있도록 모두 응원한다. 오늘, 단거리 질주부터 해보자.